7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에 있는 ‘만석공원 경로당’. 경로당 안에 들어가자 점심식사를 막 마친 노인 30여명이 따스한 햇볕이 들어오는 창가쪽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람도 쐴 겸 밖에는 나가시지 않느냐’란 질문에 할아버지들은 “우리같은 노인네들에게는 따뜻하고 배부른 게 최고”라며 “아무리 보일러를 때도 항상 추위를 타는 게 노인들”이라고 말했다.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홍정식(72) 할아버지는 “지금은 하루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지만 매년 겨울이 끝날 무렵이면 연료비가 떨어져 추위와 싸워야 한다”며 “노인들이 매월 3000원씩 회비를 거두기도 하고 관할 시청이나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도와주고는 있지만 운영비는 항상 모자라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도내(道內) 경로당 수(數)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국고지원액이 현실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이 곳을 이용하는 노인들의 겨울나기가 올해도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경로당을 지원·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들로서도 늘어나는 경로당 수와 유류비 등 물가인상에 따른 예산 부담에 힘겨워하는 형편이다.
◆ 갈수록 늘어나는 지자체 부담
정부의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시행령’에 따르면, 경로당은 운영비(매년 72만원)·난방비(매년 30만원) 등을 국비 70%, 지방비 30%의 비율로 지원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도내 경로당에 대한 실제 국비 비율은 지난 1999년 이후 매년 50%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와 각 시·군은 부족분 20%를 더 부담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 최근 몇 년 사이에 도내 경로당 수가 급증한 것도 지자체의 부담이 가중된 원인 중 하나다. 지난 2002년말 6563개였던 도내 경로당은 지난해말 6903개, 올 9월말 현재 7129개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내 경로당에 대한 지원금도 2002년 85억6000여만원에서 지난해 108억7000여만원, 올해 198억3000만원으로 크게 증가해 지자체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갔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갈수록 늘어나는 지자체의 지원금 부담이 나중에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들의 복지수준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경로당 ‘양(量)보다는 질(質)’
도내 경로당이 급격히 늘어난 데는 1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건축시 경로당 설치를 의무화하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도내 신도시 개발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세워지면서 경로당도 함께 들어섰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변 지역의 노인 인구수 등 실제 수요와 관계없이, 한정된 예산에서 도내 경로당이 수적으로만 팽창해 질적 하락을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경로당을 신설하는 데 치중하기 보다는 기존의 경로당을 광역화하거나 노인여가시설을 확충하는 등 현실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예산이 줄어든 상태에서 늘어나는 경로당의 질적 수준까지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며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경로당의 활용도에 따라 기능을 차별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