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99년에 이어 형법을 5년 만에 다시 개정한 것은 시장경제제도의 일부 도입 등 개방분위기 확산에 따라 새로 나타나는 북한체제 내부의 이완현상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지적재산권 보호 등 외국자본 도입 등에 따른 제도정비를 위한 내용도 담고 있다.
우선 개정 조항 중 특히 경제관련이 많다. 이는 국가 통제경제체제인 북한에선 지금까지 접해보지 않았던 현상들이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내에서 기업의 지적 재산권 보호,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처벌 등은 그동안 불필요했거나 무의미했다. 그러나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외국계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중국 등지에서 북한산 위조 상품이 등장하기도 하는 데다, 주민들이 자기 재산을 갖게 되면서 남의 재산을 빼앗는 등의 범죄행위가 자주 발생해 이를 처벌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도 “점진적, 부분적인 경제개방이 이뤄지면서 당초에 충분히 예상치 못했던 현상들에 대한 처벌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반국가범죄 관련 조항을 기존의 12개에서 14개로 늘리고 ‘국방관리질서를 침해한 범죄’ 항을 신설하는 등 처벌을 강화한 것 등은 경제 개방에 따른 주민통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특히 단순 시위 가담자까지 국가전복음모죄로 처벌토록 한 것은 북한이 체제 붕괴에 얼마나 예민해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남한 내에서 국가보안법 폐지가 추진되고 있는 기류와는 상반되게 북한은 반국가범죄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셈이다. 공안기관의 한 관계자는 “북한 체제가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측면과 함께 주민들을 더욱 정교하게 통제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제성호 중앙대교수도 “사회주의 문화를 침해한 범죄인 적대방송 청취죄나 퇴폐문화반입 유포죄 등을 신설한 것은 북한 스스로 체제에 자본주의 등 이질적인 문화가 침투했다고 보고 있는 것을 말한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그러나 이번 형법 개정에서 범죄로 규정한 행위에 대해서만 형사책임을 지운다는 ‘죄형법정주의’를 명시, 해당 법규가 없으면 비슷한 조항으로 처벌하던 1999년까지의 법보다는 인권보호 측면에서 일보 진전을 보였다.
한편 북한 형법이 북한 내부에서도 공개되고 있지 않은 점을 들어 북한이 대외적인 전시효과를 노리고 형법을 개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공안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