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여성회관 일어 동아리 `기즈나`팀 회원 11명 중 6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현금옥·현은경·김주향·정정희·오태훈·강학삼씨.

"우리들도 너무 놀랐어요. 준비도 어설펐고,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최근 열린 2004 국제자유도시 외국어말하기 경연대회 일반부 일본어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은 '기즈나' 팀원들은 "아직도 상 받은 것이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회원들의 '겸손'과는 달리 기즈나팀이 처음 출전한 경연대회에서 모 면세점 직원들로 구성된 최우수팀에 이어 우수상을 차지한 것은 행운만은 아니라는 평을 듣는다. '기즈나'는 서귀포여성회관 일본어 4개 강좌 중에서 가장 고급반인 '원어민회화반' 회원들로 구성된 동아리.

김주현씨를 반장으로 정정희(58·주부)·김주향(50·보험)·장경숙(49)·윤희숙(46)·현금옥(44·미용실)·강유신(35·성읍민속마을 근무)·현은경(33·주부)씨 등 여성 7명과 유인기(70)·강학삼(61·감귤농장)·오태훈(42·농협 근무)씨 등 남성 3명으로 이뤄져 있다.

서귀포시가 지난 94년 처음 시민외국어강좌를 개설하면서 일어 공부를 시작한 사람부터 일본에서 살다 온 사람 등 다양한 일어 경력을 갖고 있다. 공통점은 '일어 공부가 할수록 더 재미있다'는 것이다.

이번 외국어말하기 경연대회에는 애초부터 출전을 준비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10월 말 올해 강좌를 끝내면서 회원들이 간단한 연극을 공연했는데, "이 연극으로 외국어말하기 대회에 출전해 보라"는 주위의 권유에 힘을 얻었다는 것. 5분50초 동안 제주 해녀의 삶을 간단하게 다루는 연극의 일어 대사를 다듬고 노래 연습을 하느라 매일 저녁 회원들이 여성회관에 모여들었다. 남자 주인공으로 나왔던 오태훈씨는 연극을 위해 수염을 기르느라 주변 사람들로부터 별의별 소리를 다 들었다. 나중에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까지 했다고 한다.

회원들은 외국어말하기 대회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그동안 일어 통역 자원봉사 등으로 이미 많은 활약을 해왔다. 지난봄 열렸던 70리 국제걷기대회를 비롯해 최근의 'Jeju-Japan Week' 행사에 이르기까지 각종 국제행사에 회원들은 자원봉사자로 참가해왔다.

기즈나 회원들의 일어 공부는 끝이 없다. "일어를 웬만큼 한다고 해서 그만둘 수는 없죠." "배우는 과정에서 삶의 의욕도 생깁니다." "일어를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린 뒤에는 중국어에도 도전해 볼까 해요."

기즈나 회원들은 우수상 상금 100만원을 불우이웃돕기 등에 쓰려고 한다. 그러면서 회원들은 이번에 공연한 연극을 제대로 된 연극으로 만들어 공연해 보면 어떨까 하는 얘기들도 나누고 있다. 일본 관광객들에게 제주 문화를 일어로 보여주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기즈나라는 말은 '끊기 어려운 정리' 또는 '유대'라는 뜻이 있습니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인연'이란 말과 가까울 것입니다. 회원들 간의 끈끈한 인연을 단단히 하면서 앞으로 한국과 일본 간에도 인연의 다리를 놓는 데 회원들은 작은 기여라도 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