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네 개흙 잔치

이 발랄하고 정겨운 제목의 동시집을 펴낸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 두 가지는 '생명'과 '어린이의 마음'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는 자기가 사랑하는 아이들이 작은 벌레나 풀꽃까지 귀히 여기는 어른으로 자라길 소망하면서 이 시를 썼다고 말한다. 실제로 동시집 구석구석엔 서해안 개펄마을의 질펀한 정경과 그곳에서 바지런히 살아가는 사람들, 갯것들의 이야기가 아롱다롱 엮인 채 진득한 감동을 선사한다.

아이들은 우선 개펄생물들을 의인화해 들려주는 시인의 감칠맛나는 이야기가 가장 솔깃할 것이다. '비단 무지개를 띄우겠다고/길 없는 길로 구불꼬불/마냥 가는 꼬마 고둥'(비단고둥)이나 '손도 없고 뼈도 없는 빨판 손으로' 멋지게 개흙 요리를 해내는 '솜씨좋고 너그러운 낙지 아줌마'(낙지네 개흙 잔치)는 아이들이 친구 삼기에 참말 매력적인 존재다. '찰싹 부둥켜안고/오래오래/딱딱하고 거친 껍질에/뽀뽀하고 있'는 '갯우렁이랑 뻘조개'의 사랑 이야기는 얼마나 깜찍하고 정겨운가.

시인은 자연을 업신여기는 인간들의 이기적인 세태도 빼먹지 않는다. '닮았대요/많이 닮았대요//흙을 빚는 황발이랑/둑을 쌓는 굴삭기랑//…//다르지요/아주 달라요//…//욕심이 하도 없어/개펄 진흙 한 가지만 조금씩 찍어먹고 사는 황발이랑/욕심이 너무 많아/산 파 먹고 강 퍼 먹고 바다까지 잘라 먹는 굴삭기는/달라도 아주 많이 다르지요.'(황발이랑 굴삭기)

가난한 엄마와 아빠, 할머니를 생각하는 바닷가 아이들의 기특한 마음도 한 묶음에 담았다. '눈물, 콧물, 땟국/모두 닦아주던/희고 보드라운 손//우리에게 몽땅 빼어주고/쪼그라드는 할머니//아직은 할 일이 많다고/걱정거리 다 모아/가슴 미어지도록 담는다.'(화장지 갑)

어른들 콧등이 더 시큰하겠다. 초등학교 1학년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