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보〉(27~36)=유창혁과는 정 반대로 2004년은 장쉬에겐 최고의 한 해였다. 요다(依田紀基)로부터 명인을 탈취, 사상 최연소 명인·본인방으로 탄생하면서 왕좌위 포함 3관왕에 올라섰다. 어느새 일본 바둑계는 그를 가리켜 서슴없이 '사실 상의 1인자'로 공언하고 있다. 올해 초엔 여류 톱 기사 고바야시 이즈미(小林泉美)와 화촉도 밝혔다. 상처(喪妻)한 유창혁과는 극과 극이랄까.
27로는 '가'로 나가 끊는 수도 가능하다. 그랬으면 참고도13까지의 외길 진행 후 상변과 우하귀를 서로 맞보는 바둑이 됐을 것이다. 흑 27은 이 같은 타협이 미지근하다고 본 유창혁다운 강경책. 33으로 단수치는 데까지는 쌍방 예정 코스이며 필연적으로 패가 발생했다. 34와 35의 교환은 패감의 크기를 키우는 사전 준비.
그리고는 36으로 우지끈 끊어간다. 세 귀(偶)를 비워놓은 채 한 데 엉겨 뒹굴더니, 그 걸로도 모자라 패싸움까지 벌어지고보니 전국이 어수선하다. 패(覇)란 흥정이요, 거래다. 쌍방 어디에 어떤 패감을 준비하고 있을까. 바둑은 어느새 때 이르게 판의 골격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장면에 이르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