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평준화의 모델로 여겨져온 독일 대학들이 최근 통념을 뒤엎는 ‘순위 조사’ 결과로 독일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최신조사기법을 통해 조사, 발표한 대학 순위는 엄연한 ‘엘리트 대학’이 있다는 주장을 현실적으로 드러내보였다. 대학 간 경쟁을 중시하는 영미권 대학과 달리 독일의 경우 대학제도는 평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슈피겔의 순위발표는 소수의 엘리트대학 도입을 추진해온 슈뢰더 총리의 대학개혁을 둘러싼 논쟁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사민당 슈뢰더 정부는 1999년 출범 초부터 독일 대학의 위기를 주장하며 대학 경쟁력 강화를 핵심 개혁 사안으로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슈뢰더 정부는 소수의 엘리트 대학 지정이 대학에 경쟁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사민당 내 보수파는 엘리트 대학 지정은 ‘파시즘적 발상’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슈피겔의 이번 조사에 따르면 전체평가에서는 뮌헨공대가 1위를 차지했고 프라이부르크대, 라이프치히대, 베를린 훔볼트대, 콘스탄츠대, 뮌헨대, 하이델베르크대, 슈투트가르트대, 튀빙겐대, 아우크스부르크대와 만하임대(공동 10위)가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학교시설, 교수들의 논문발표, 연구환경 등을 평가기준으로 하는 전통적인 조사방식과 달리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맥킨지 및 인터넷기업 AOL과 함께 5만명의 독일대학생들에 대한 인터넷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법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슈피겔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38만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 그중 8만여명의 답을 받아 15개 핵심분야를 중심으로 5만여명의 상세한 신상자료를 확보한 다음 엘리트그룹에 속하는 학생들을 분류, 그 학생들이 어느 대학에서 많이 공부하고 있는지를 조사해 전통적인 조사방식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순위를 산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 총 41개 대학 중에서 전통적인 명문대로 꼽히던 베를린자유대(16위), 쾰른대(25) 등은 중위권, 아헨공대(29위), 프랑크푸르트대(32위) 등은 하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국내에는 프랑크푸르트학파 때문에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프랑크푸르트대의 경우, 정치학은 43개 중 37위, 사회학은 34개 중 28위로 꼴찌권을 맴도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번 조사에서 상위 10개 대학 중 7개 대학은 독일경제를 이끌고 있는 남부지역에 위치해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