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육참총장

청와대가 25일 남재준 육참총장의 사의를 즉각 반려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남 총장을 국방장관감으로 생각할 정도로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만큼 이번 사태로 사의까지 표명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또 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할 경우 군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는 ‘청와대 배후설’에 더 무게가 실리리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남 총장이 사퇴하면 노 대통령이 추진해 온 국방개혁과제가 상처입은 육군 조직 수습에 밀려 늦춰질 가능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일부에서는 “사건 초기에 청와대는 관련없다는 사실을 알렸어야 했는데 군내 민심에 너무 둔감했던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군 내부에선 군 검찰의 육군본부 압수수색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청와대가 배후로 작용했다는 설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는 “과거의 권력운용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의 시각일 뿐”이라고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배후설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 배후설’을 입증할 만한 단서는 현재까지는 없다. 대체로 ‘정황’을 근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은 “권력 최고위층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고서야 군검찰이 육군본부를 압수수색할 수 있느냐”, “더구나 내용이 불분명한 괴문서를 가지고 그럴 수 있느냐”고 말하고 있다. 또 군 관계자들은 군검찰의 압수수색이 시도된 다음 날인 24일 열린우리당측에서 철저히 수사하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를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당이 청와대의 분위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온 ‘실수’라고 보고 있다.

군 관계자들은 특히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 사이에 군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면서 “청와대가 한 건 걸리기만을 기다려온 느낌”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시절 ‘하나회 숙정’을 연상케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이런 시각이 군내 일부 인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정서라는 점이다.

청와대측은 이에 대해 “전혀 터무니 없는 얘기”라는 반응이다. 김종민(金鍾民) 대변인은 “청와대가 한 일은 음주운전 경력자가 진급했다는 내용의 제보를 군에 이첩한 것뿐”이라면서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 회의 자리에서도 ‘배후설’을 제기한 언론보도에 대해 ‘너무 무책임한 보도’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군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은 괴문서를 근거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과 총장이 싸운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문제가 있으면 시정하라고 지시하면 될 일을 대통령이 무슨 음모를 꾸미듯이 군검찰을 움직여 일을 한다는 말이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