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쌀 시장 추가 개방으로 수입량이 크게 늘어날 외국산 수입쌀을 북한에 원조미(米)로 제공하는 방안을 미국·중국 등 9개 쌀 협상상대국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산 수입 쌀의 대북(對北) 원조 추진은 국내 쌀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어 수입쌀 재고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정부 쌀 협상단 고위 관계자는 23일 "내년부터 수입쌀이 더 들어오면 쌀 재고량이 크게 늘어나는 문제점이 있어 수입쌀 북한 원조를 허용해 줄 것을 협상 상대국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수입쌀을 제3국에 원조하거나 재수출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어, 수입쌀의 북한 원조가 금지돼 있다.
정부는 그러나 쌀 수출국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양해를 얻고, 쌀 협상안에 대해 WTO 전체 회원국의 동의를 얻으면 수입쌀의 대북(對北) 원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쌀 원조는 지난 95년 태국쌀 15만t을 현지에서 구입해 국내 반입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접 북한에 무상원조한 것이 처음이다. 그 후 2000년에 다시 태국산 쌀 30만t을 제공한 바 있고, 2002년부터는 국산쌀 40만t을 매년 무상원조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경우 국산 재고미 수급관리 상황이 좋지 않아, 태국산 쌀 20만t을 현지에서 구입, 북한에 곧바로 보냈다.
수입쌀 재고가 수십만t이나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또다른 외국쌀을 사서 보내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수입쌀의 재고 누적은 술과 떡 등을 만드는 '가공용'으로만 쓰도록 용도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정부가 국영무역 형태로 들여온 수입쌀 재고량이 6월 말 현재 32만t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수입쌀 재고관리 비용으로 올해만 290억원의 예산을 지출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수입쌀 반입량이 연 20만t(2004년 기준)에 달하는데, 소화할 수 있는 가공용 쌀 수요는 7만~8만t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쌀 협상 이후 수입쌀 재고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보고, 돌파구로 수입쌀의 북한 원조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협상 상대국들은 "수입쌀의 북한 제공은 WTO에서 규제하는 '국가 간 거래'이기 때문에 허용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정부 구상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한·중 양국은 지난 19일 열린 최종 쌀 협상에서 쌀 관세화 유예기간 10년 연장 등 주요 이슈에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본 반면, 미국은 내년부터 수입쌀의 45% 이상(10년 후 최대 75%)을 소비자에게 직접 팔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고집해 막판 쌀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다.
한·미 양국은 24일 마지막 쌀 협상을 갖는데, 미국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쌀 협상 자체가 결렬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