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수구 좌파와 수구 우파의 극복’을 기치로 내걸고 창립한 ‘자유주의연대’는 한때 학생운동에 깊이 관여했다가 현실에 눈뜬 지식인사회의 30·40대들이 주축이라는 점에서 소모적 논란으로 일관해온 이념적 논쟁의 지형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노·장년 세대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우파의 목소리에도 ‘젊은 피’가 수혈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중심의‘뉴 라이트 운동’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인 자유주의연대의 신지호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세실레스토랑에서 열린 창립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자유주의연대’의 출범은 좌편향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결집현상이란 면에서 보면 중요한 신호탄이다. 법조계에서는 경실련 사무총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가 주도하는 ‘헌법포럼’이 이달 초 발족했고, 좌편향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하는 기존 법조 단체에 반발하는 30·40대 변호사들도 새로운 조직 구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학계에서도 우리 현대사나 국제정치, 자유주의 이념사를 전공한 정치학자· 사회학자 등을 중심으로 “이대로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는 위기 의식이 확산돼 내년 초를 목표로 ‘자유주의 교수협의회’(가칭)를 구성한다는 목표로 준비작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아직 이름을 밝힐 수 없다고 말한 40대 중반의 한 정치학자는 “그동안 자유주의 성향의 학자들은 기성체제와 운동권 사이에 끼어 이렇다 할 발언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운동권 386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80년대 자유민주주의를 꿈꿨던 다수의 486의 기대와 전혀 동떨어진 방향으로 나라를 끌고가려는 데 대해 불안과 우려가 커지면서 참여 의사를 밝히는 교수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성향은 대략 넓은 의미의 중도 온건 우파를 포괄한다. 또 그들 중에는 70년대와 80년대 당시 유신체제와 군사 권위주의에 정면으로 맞선 경력을 가진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기존의 우파가 상당수 과거 정권에의 ‘참여’ 때문에 도덕성 논란을 빚었던 것과 달리 이들은 ‘도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의 움직임은 우리 현대사에서 시민사회를 기반으로 생겨난 사실상 최초의 ‘자생적’ 자유주의 세력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