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이

이제 곧 스웨덴에서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다. 아직까지 노벨상은 인류의 지적인 업적에 수여되는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 상의 수상은 한 국가의 영광이자 개인에게 있어 최고의 명예이며, 인류 지적 활동의 모티브이자 인센티브의 역할을 한다. 또한 수여 대상이 되는 학문의 발전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노벨상은 스웨덴의 발명가이자 기업가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과 그의 유산에서 비롯된 기금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물리, 화학, 생리 및 의학, 문학, 평화, 경제의 6개 영역에 대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1년에 걸친 심사 과정은 공정한 후보자 추천, 연구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이루어진다.

1901년 노벨상이 처음 제정된 때에는 당시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상금의 절대 액수가 위상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하지만 현재 노벨상의 가치는 수상으로 인한 경제적 부보다는 부여 받는 동시에 인정되는 최고 석학의 명예에서 비롯된다. 인류의 복지를 위한 연구를 지원하는 높은 이념과 수상자 선정의 객관성, 그리고 이런 원칙을 오랜 기간 지켜온 일관성이 100여년이라는 시간을 초월한 권위를 이루어낸 것이다.

노벨상과 정부 정책은 인간의 활동을 인류 또는 국민의 복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도록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사하다. 정부의 정책은 궁극적으로 구성원의 행동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장치로 작용해야 하며, 이럴 경우 그 장치의 신뢰성, 연속성, 일관성은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된다.

예컨대 이공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등 매우 급박하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 여러 현안에 대한 정책 수립에 있어, 장기적인 안목과 일관성은 그 정책에 기대 인생을 설계하는 사회구성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다. 마치 노벨상을 목표로 수십년을 관련 학문에 투자하는 학자와 같다. 어느 날 노벨상이 없어지거나 수상기준이 수시로 변경된다면 누가 노벨상을 받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며, 노벨상이 어떤 동기부여가 될 것인가? 수시로 바뀌는 이정표를 믿고 길을 가는 사람은 없다. 정책이 일회적이고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그 정책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단기적·일시적 정책과 같은 미봉책으로는 사회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정책 목표 달성은 기대하기 힘들다. 효과적인 정책 수립을 하기 위해서 정책 입안자는 먼저 장기적인 비전에 입각하여 담당 인력의 교체와 무관하게 지속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기설정된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구성원의 동의와 신뢰를 얻어 자발적인 행동을 촉진해야만 정책이 국민의 복지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국가 정책은 일시적인 도구가 아니라 항구적인 장치로 설정되어야 하며 이는 국가 정책의 목적 달성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담당자가 바뀌었을 때 쉽게 달리 생각될 수 있는, 개인적 가치 판단에 의존해야 하는 정책 입안보다는, 사회구성원들의 자아 실현 욕구 충족을 도와주고 공정 경쟁의 장을 마련해 주는 등, 변하지 않는 공통 가치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규칙 마련에 집중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사회구성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 가능성을 보장해주는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

(윤송이 · SK텔레콤 상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