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간첩' MBC 밤 11시30분

‘텔 미 썸딩’ 이후 한석규의 3년여 만의 복귀작이라 하여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화제작 중의 화제작이다. 기대가 지나치게 컸던 걸까, 화제만큼이나 큰 실망을 안겨줬다. 비평적으로나 흥행적으로나. 1980년대 남한으로 위장 귀순한 이중간첩의 이야기를 극화했다는 시의성이나, 그동안 회자되었던 시나리오의 높은 완성도 등을 고려하면 그 실망이 다소 의외로 다가서는 것도 사실이다. 단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우선 영화의 최대 흡입 요소였을 한석규의 연기부터가 ‘텔 미 썸딩’이나 ‘쉬리’ 등 전작들로부터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아니 외려 퇴보한 감마저 없지 않다. 지나치게 경직되고 정체되었다고 할까. 특히 그가 역할을 맡은 림병호와 고소영이 연기한 윤수미의 멜로 연기에 눈길을 줄 경우, 목불인견의 지경으로까지 추락한다. 영화적 몰입에 필수적일 멜로 감흥이 좀처럼 일지 않는 것이다. 두 배우의 표정은 말할 것 없고 시선부터가 어긋나 있다.

구성 또한 스릴러로서 리듬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의당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극적 긴장감이 요구되건만 그런 순간을 맛보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영화는 결국 시나리오가 좋다고 완성된 영화가 반드시 좋은 건 아니라는 평범한, 하지만 종종 잊히곤 하는 교훈을 새삼 확인시켜준 셈이다.

감독 김현정. 2003년. 약 123분. ★★(5개 만점)


'6번째 날' KBS2 밤 11시15분

이젠 연기보다는 캘리포니아 주지사로서 더 분주한 액션 스타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SF 액션 영화다. 기억 기능을 갖춘 복제인간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미래형 전투헬기 조종사 아담으로 등장해 인간복제 회사의 음모에 맞서 맹활약을 펼친다.

10년 전의 ‘토탈 리콜’의 성공을 재현하려는 야심을 보였으나, 무늬에만 그치고 말았다. 그래도 별다른 생각 없이 보면 그럭저럭 즐길 만한 편이다. 제목은 성경 창세기에서 인간이 창조된 날을 가리킨다.

원제 The Sixth Day. 감독 로저 스포티스우드. 2000년. 15세 이상. 약 120분. ★★

(전찬일·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