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본관 1층 국회 기자회견장 앞. 전날 국회 운영위에서 면직동의안이 처리된 최광(崔洸) 전 국회 예산정책처장이 기자회견을 하려고 나타나자 국회 경위(警衛) 10여명이 나타나 회견장 출입을 봉쇄했다. 최 전 처장은 “공무원이 아닌 사람도 잘만 기자회견 하던데, 왜 못하게 하느냐”고 항의했으나, 경위들은 “절차를 밟아 달라”며 회견장 문을 막았다. 10여분간의 승강이 끝에 최 전 처장은 회견장 밖 복도에서 간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 전 처장은 “개인의 인격을 파괴한 행위에 대해 소명하는 회견을 막는 국회 지도부는 누구고, 어떤 인격을 갖고 있는지 밝혀달라”며 “왜 그리 떳떳하지 못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회견을 통해 “면직 동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국회의장의 면직동의요구서에 사유가 제대로 적혀 있지도 않고, 탈법적 조사를 자행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법적 대응 여부에 대해 “할 수는 있으나 현재까지는 자제하는 것”이라며 “나를 인간적으로 짓밟는 등의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럴 생각은 없다”고 했다.

면직된 최광 국회예산정책처장이 19일 국회기자회견장에 들어가지못하고 복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 전 처장은 ‘하늘에 짓는 죄와 인간에게 짓는 죄’라는 제목의, 사퇴압력에서 면직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밝힌 153쪽짜리 자료를 배포했다. 그는 “초대 처장으로서 번듯하게 처신하지 않으면 국회 예산정책처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되기 때문에 사퇴압력에 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산정책처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1차적 기능이지, 의장의 개인 사유물이나 특정 정당의 전리품은 아니다”라고 여당을 겨냥했다.

최 전 처장은 지난 9월 한 토론회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좌파·사회주의’라고 비판한 것과 수도이전 비용 계산을 부풀렸다는 의혹 등으로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김기만 국회의장 공보수석비서관은 최 전 처장의 기자회견장 이용을 막은 데 대해 “최 전 처장은 면직 처리가 됐기 때문에 기자회견장을 사용하려면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는다든지 사용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광 전 국회예산정책처장이 19일 오전 국회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다 국회직원의 제지로 회견장 밖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