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맞는 이상적인 대학입시 제도란 '과외를 막고, 공부 잘 하는 학생이 좋은 대학으로 갈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과외를 막기 위해서는 고교 내신성적에 따른 대학입학이 이뤄져야 한다. 대학 단위로 본고사를 치르는 것도 과외를 막는다는 전제하에서는 마땅치 않다.
현행 입학제도의 핵심 문제는 고교 평준화에 있다. 그 본래 취지는 십분 이해가 가지만 고교 평준화에 바탕을 둔 대입제도는 그동안 사교육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고, 교육을 통해 선진 한국이 필요로 하는 창의적이고 우수한 인력자원을 창출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한국의 경쟁국들은 평준화 교육 대신 경쟁에 준한 교육을 한다.
현재 각 고교의 내신 산정 방식은 문제가 많다. 한국 고교의 '내신 부풀리기'를 외국대학이 안다면 한국 고교 졸업자들의 입학은 당연히 거부될 것이다. 고교교사까지 인정하는 고교 간의 학력 차이를 없다고 우기는 것 또한 누가 보더라도 웃음거리다.
지금의 내신성적에는 두 가지 큰 문제가 있다. 첫째는 한 고교 안에서 이수 과목마다 난이도와 담당교사들의 점수 기준이 다른 것이고, 둘째는 학교마다 내신의 기준이나 학생들의 평균수준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수능시험을 치르되, 개인 학생들의 대입 성적 부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 두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만 쓸 것을 제안한다.
이 국가 수능시험 결과에 준하여 두 번의 조정을 한다. 첫째, 각 학교에서 정한 과목별 성적과 상대평가에 따른 석차를 그 학교 전체의 수능시험 결과의 성적과 석차로 환산한다. 가령 어떤 고교의 국어과목 이수자가 30명이고 이들의 국어 평균이 90점이었는데 그 학교의 수능 평균이 70점이었다면 표준화된 평균은 70으로 되고, 과목별 석차는 고교에서 받은 석차를 유지하게 된다. 이렇게 전 과목을 그 학교의 수능결과에 준하여 표준화하여 일정과목(예: 7과목)의 평균을 내면 그 학교에서 표준화된 각 학생의 점수와 석차가 나온다.
두 번째, 전국의 모든 고교를 통한 석차를 정하는데, 이것은 표준화된 교내 석차를 전국적으로 나열시키면 전국의 석차가 나온다. 가령 어느 고교의 내신이 전 학생에게 100점으로 1등을 주었는데 학교 수능평균은 70점이라고 하면 모든 학생은 70점이고 전국 석차가 (30등으로) 같은 데 비하여, 어떤 고교는 내신평균이 70점이고 분포가 완전 분산되었다고 하면 100점(1등)도 있고, 2등도 있고 꼴찌도 있게 된다. 이렇게 표준화된 전국 석차를 대학입시의 표준으로 하면 된다.
이런 입시제도는 과외를 막을 수 있다. 왜냐하면 각 고교 내에서의 각 과목당 석차가 제일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한 과목에서 일년간 여러 번의 시험뿐 아니라 학업태도 및 참여도 등을 종합하여 석차를 정하고, 학생에게 알려야 한다. 내신을 부풀리면 위의 예에서처럼 우수한 학생이 전국에서는 30등으로 떨어지는 손해를 보기 때문에 학부모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담당교사는 학생 내신에 대해 교장·학부모회·교육부 감사에 책임을 져야 한다.
지면상 원리만 기술하였지만, 이런 입시제도를 도입에는 보다 광범위한 토론이 필요하다. 또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교육부 장관의 훈령으로 할 문제가 아니고 입법화해 장관이 바뀔 때마다 입시제도가 조령모개(朝令暮改)식으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권오율 호주 그리피스大 한국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