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님. 일본의 팬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습니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16일 오후 병역비리 탤런트 송승헌씨와 장혁씨가 입대한 강원도 춘천시 102 보충대 앞에서 한 일본인 여성은 이런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전지 크기의 종이에 여러 색의 색종이로 만들어진 한글 글자가 송씨의 사진과 함께 비뚤비뚤 붙어 있었다.

불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재검을 통해 현역복무 판정을 받은 송승헌씨가 16일 오후 강원도 춘천 102보충대로 입대하고 있다. 오전부터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송승헌씨가 나타나자 취재경쟁으로 몸싸움을 하고 있다.

장병들이 입대하는 보충대 주차장부터 부대 입구까지 200여m의 도로는 송승헌씨의 사진과 함께 “승헌씨 몸조심 하십시오”, “건강하게 잘다녀오세요”등이 적힌 플래카드로 뒤덮였고, 소리를 지르는 일본과 대만 여성팬들로 인간띠가 만들어졌다.

한류 열풍으로 일본에서 입국한 아줌마 팬들이 16일 오전부터 강원도 춘천 102보충대로 입대하는 송승헌씨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일본과 대만·홍콩 등에서 몰려든 국내외 여성팬들과 취재진들은 무려 500여명. 오전부터 주차장에는 일본과 대만·홍콩 팬들이 타고 온 전세버스 4대가 서 있었다.

한국어로 “송승헌씨 기다리고 있어요. 안녕히 다녀오세요”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붉은 장미꽃 꽃다발 들고 있던 이시모토 마미(여·67)씨는 “일본 나고야에서 송승헌을 보기 위해 왔다”며 “아프지 말고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수 종이학 천마리 접어서 만든 선물과 편지를 들고 있던 나오(여·30)씨는 “어제 한국에 도착해 오늘 아침 서울 명동에서 택시를 타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송승헌의 병역 비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자 그는 “잘모른다. 그냥 좋아하는 것”이라며 “한국에서의 부정적인 인식은 알고 있지만 관계 없이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인 니시모토 유우(30)씨는 “4년전 ‘가을 동화’를 보고 송승헌을 알게 됐다, 여름향기도 비디오로 녹화해서 수십번 봤다”며 “2년 뒤 송승헌이 제대할 때도 한국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팬들이 16일 오후 강원도 춘천 102보충대로 입대하는 송승헌씨를 환송하기 위해 차도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대만의 팬클럽인 ‘승헌성구(seungheonplanet.com)’ 회원인 리디아(여·27)씨는 “지난 달 뉴스에서 송승헌이 입대하는 날짜를 보자마자 한국에 환송하러 오겠다고 결심했다”며 “대만 회원 100여명과 홍콩 회원 50여명이 함께 왔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온 앨리스 딩(여·25)씨는 “홍콩에만 2개의 송승헌 팬클럽이 있다”며 “우리는 영원히 송승헌을 사랑하고 지지한다. 그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중국 팬들이 16일 오후 강원도 춘천 102보충대로 입대하는 송승헌씨를 환송하기 위해 부대입구 인도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송승헌 공식 팬클럽 ‘허니랑’의 이효선(20)회장은 “허니랑 재팬·대만을 통해서만 200명 넘게 버스를 대절해서 왔다”며 “2년 동안 군생활 잘하시고 팬들은 기다리고 있을테니 걱정 말고 나와서 좋은 연기 계속 보여달라는 말은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병역 비리와 관련 “이미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시인했고 지켜본 입장에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허니랑 재팬의 부회장이자 재일교포인 손화미(39)씨는 “TV를 통해 병역 비리 관련해서 송승헌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접했지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만큼 팬들도 송승헌의 미래를 위해서 응원하자는 뜻으로 왔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강원도 춘천 102보충대로 입대하고 있다. 오전부터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국내 언론사 뿐 아니라 후지TV와 TBS,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일본 후지TV 한국지사의 모리야스 특파원은 “일본에서 송승헌 인기가 많기 때문에 일본인 관광객이 많지만 한국에서 심각한 문제인 병역비리에 대해서는 깊은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이런 문화적 차이가 기사거리가 될 것 같아서 왔다”고 말했다. 도쿄신문 서울지사의 사사가세 기자도 “송승헌 입대 보다는 일본인 팬들을 취재하기 위해서 왔다”며 “일본 팬들이 많이 와서 놀랍지만 대부분 병역 비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진의 과열 취재를 물리치고 부대로 들어간 송승헌씨를 취재진과 팬들이 보충대 입구에서 송승헌씨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오후 1시 20분쯤 송승헌을 태운 검은색 벤 승합차가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팬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후 가죽 점퍼를 입은 짧은 머리의 송승헌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인파를 뚫고 보충대 입구에 이르기까지 약 10분여 동안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해외 팬들은 송승헌을 향해 어설픈 한국어로 “잘다녀오세요”라고 외쳤다.

팬들과 언론의 요청에 송승헌씨가 부대 정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대로 들어가기 직전 송승헌은 팬들을 향해 “많은 분들께 실망을 드리고 걱정을 끼쳐드렸는데 앞으로 2년 동안 남들보다 더,2배 3배 열심히 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는 짧은 인삿말 도중 간간히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깨무는 등 애써 눈물을 참았다.

한편 잠시 후 부대 입구에 도착한 장혁도 “과거의 잘못을 씻을수는 없겠지만 군 생활 잘하고 많은 수양을 해서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장혁 팬이라고 밝힌 여고생 김수진(18)양은 “이제라도 입대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24개월 동안 훈련 열심히 받고 제대 후에 좋은 연기를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예슬(18·가명)양은 “오늘 일본에서 송승헌 팬들만 왔는데, 일본에 장혁이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가 수출되면 2년 후에 제대할 때는 장혁을 보러 더 많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입소하는 예비 장병 1000여명과 가족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취재진과 팬들이 보충대 안으로 진입을 막기 위해 입대를 위한 사람들까지 통제를 했기 때문. 경남 마산에서 입대를 위해 가족과 함께 온 김모(20)씨는 “2시까지 입대해야 하는데 못들어가고 있다”며 “나도 군대 가는데, 군대가기 억수로 힘들다”고 말했다. 역시 예비 장병인 이모(20)씨는 송승헌을 보기 위해 해외팬들이 몰려든 것에 대해 “한류 열풍이 얼마나 큰지 실감은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