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충무로를 흔들며 등장한 류승완 감독. 지난 봄 '아라한 장풍 대작전'을 통해 현란하고 화려한 액션을 선보였던 류감독이 내년 4월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주먹이 운다'로 돌아온다. 지난 11일 분당 서현역 광장 앞에서 매맞아 돈버는 최민식의 군중신을 촬영하고 있는 류감독을 만났다. 그가 소개하는 배우 최민식, 류승범과 영화 '주먹이 운다'의 촬영 에피소드.
최민식-류승범 신인왕전 촬영신 눈물 쏙 뺄 것
실존 인물 묶어 제작…기교없는 거친 주먹 표현
"미묘한 경쟁심을 부추겨서 필요한 것만 쏙쏙 뽑아먹고 있어요."
맨 주먹 하나로 살아가는 두 남자 이야기 '주먹이 운다'를 찍고 있는 류승완 감독은 "촬영현장이 영화공동체 같다"고 신바람을 냈다.
'주먹이 운다'는 일본 신주쿠 광장에서 매맞고 돈버는 남자 하레루야 아키라와 소년교도소 출신 복서 서철이란 두 실존인물을 묶어 영화로 만든 것.
류승완 감독은 '올드보이'로 세계를 흔든 최민식, '충무로의 젊은 피' 류승범에 임원희, 천호진, 변희봉, 나문희, 기주봉과 같은 '센' 조연들과 앙상블을 이뤄가는 작업을 "짜릿한 쾌감"으로 표현했다.
최민식은 왕년엔 복싱스타였지만 지금은 길거리에서 돈받고 매맞는 일을 하는 강태식으로, 류승범은 소년원에서 신인왕전 출전 전의를 불태우는 유상환으로 각자의 카리스마를 불태우고 있다.
류감독은 "영화 기획단계부터 최선배와 승범이가 참여해 순조롭게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올드보이' 이후 액션에 질려있던 최선배를 '권투는 스포츠고, 영화의 절반만 나오면 된다'는 감언이설로 꼬드겼다"고 소개했다. 또 "교차편집으로 이뤄지는 영화라 아직 두 배우가 함께 만난 적은 없지만, 각자 찍은 장면을 서로에게 보여주면 미묘한 경쟁심이 불타오른다"고 웃었다.
류감독에 따르면 친동생인 류승범은 최민식이 연기한 장면을 모니터링하면서 "XX, 대체 난 언제 마흔살이 되는 거야", "아니, 연기를 안하는 것 같은데 이럴 수가 있어!"라며 '질투심'에 사로잡힌다는 것.
최민식 역시 류승범 신을 보며 "'나도 저 나이 때 저렇게 했었나' 생각하면서 '장난 아닌데'라고 채찍질한다"고 털어놨다.
최민식의 권투 후배로 등장하는 임원희는 "최민식이라는 '거물'과 류승범이라는 '괴물'과 맞서 살아남아야한다는 게 힘들다"고 두 배우를 극찬했다.
류감독은 최민식에 대해 "일단 촬영이 시작되면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며 "내 뒤에서 모니터 보며 콧바람 내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혼을 빼는 연기를 한다"고 감탄했다.
그동안 나왔던 다른 권투영화들과의 차이점으로는 "선수의 가족이 돼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다"고 소개했다. 류감독은 또 "화려한 기교나 테크닉 없이 그저 주먹이 오가는 거친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한대의 주먹도 뻗을 기운이 없지만 두 눈만은 살아 상대를 주시하는 절박한 상황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최민식은 내년 1월 촬영을 앞두고 있는 류승범과의 신인왕전 장면에 대해 "날짐승 두마리가 송곳니 드러내고 벌이는 처절한 사투가 될 것"이라며 "두 사람 중 어느 누구의 손도 들어줄 수 없을만큼 콧등 시큰해지는 신으로 만들고 싶다"고 결의를 드러냈다.
승완 감독의 등장인물 작명법
와이프 성 살짝 빌렸죠
▶강태식
류승완 감독이 데뷔전 써뒀던 '상하의 트위스트'란 시나리오 속 주인공 이름 태식에게서 땄다. 태식이라는 똑 떨어지는 발음이 좋아 선택했고, 류감독 부인의 성인 강씨를 붙여 강태식이 탄생.
영화 속 단골 이름 '상환'
▶유상환
류승완 감독의 영화 속 류승범이 맡은 역할의 이름이 다 '상환'이다. 류승완 감독은 "이현세 만화의 '까치'처럼 류승완 영화 속 페르소나는 '상환'"이라고 주인공의 이름을 설명했다.
아들 이름 그대로 사용
▶강태식의 아들 서진
류승완 감독의 전작 '아라한 장풍대작전'에 나오는 '의진'은 류감독 첫딸의 이름. '주먹이 운다'의 서진은 류감독의 아들 이름에서 가져왔다.
스승 박찬욱 감독에서 힌트
▶유상환의 권투사부 박사범
철없는 유상환에게 권투와 삶을 가르치는 소년 교도소 내 권투부 사범 '박사범'은 류감독의 스승인 박찬욱 감독에게서 땄다.
(스포츠조선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