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함께 '악(惡)의 축'으로 지목했던 나라 중 하나인 이란이 14일 우라늄 농축과 관련한 '거의 모든' 행위를 전면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은 지난 5~6일 유럽연합(EU)을 대표한 영국·프랑스·독일이 파리에서 이란측과 예비 합의한 내용을 이란 정부가 최종 승인해 이뤄졌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이란이 농축 정도에 따라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우라늄 농축 작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25일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유엔 안보리에 제출되면 이란은 석유수출 금지 등의 경제제재를 받게 된다.

미국은 이란 핵에 관한 한 지금까지 "어느 대응책도 제외된 것은 없다"며 강경했었고, 이에 맞서 이란 의회는 지난달 31일만 해도 우라늄 농축 재개를 승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따라서 이번 급선회는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이란의 최고 지도부가 위기를 느끼고 유엔의 경제제재 가능성을 보다 심각히 고려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작년 12월에는 리비아 정부가 1986년부터 계속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한 바 있다. '악의 축'의 또 다른 나라였던 이라크는 미국의 공격을 받았다.

이란의 이번 결정이 곧 핵문제의 해결은 아니다. 이란은 지난 18년간 핵을 개발해왔다. 작년 12월에도 우라늄 농축 중단을 선언했지만 주요 장비는 제조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란의 이번 중단 결정은 앞으로 최장 2년까지 걸릴 수 있는 협상기간에 제한된 '잠정 조치'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과거와는 다른 변화인 것 또한 사실이다. 외신들도 이번 조치를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이목은 북한 핵으로 점차 옮겨 갈 가능성이 있다. 이란의 핵문제가 해결의 길로 가면 갈수록 결국 북한만 남는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