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냐 상업용지냐.” 오는 2009년까지 기존 철로가 폐선(廢線)되거나 지하화돼 새로 생길 서울시내 철도부지 10만여평의 활용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철도청은 상업용지로 쓰려고 하고, 서울시·자치구는 녹지나 도로 같은 ‘오픈스페이스(open space)’로 활용하는 안을 내놓아 접근방식이 다르다. 부지 활용계획에 따라 인근 주민들의 생활과 부동산 값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곳에 10만평

새로 생길 땅은 경의선(京義線) 공덕역~가좌역 5㎞, 경춘선(京春線) 성북역~시계(市界) 6.3㎞ 구간. 각각 2008년과 2009년까지 철로가 걷힌다.

홍대입구역 근처 주택가를 인접해 가로지는 경의선 철로. 이 구간은 2008년까지 지하화됨에 따라 부지 활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 href=mailto:wjjoo@chosun.com><font color=#000000>/ 주완중기자</font><



경의선 구간은 철로(鐵路)가 지하로 들어가면서 생긴다. 2008년 서울역까지 연결되는 인천국제공항철도가 이 구간에서 겹쳐 두 노선 다 지하화하기로 했다. 철로가 사라지면 폭 10~70m의 4만 5454평 땅은 100여년 만에 '부활'하는 셈이다. 〈지도 참조〉

경춘선 구간은 성북역에서 서울시계까지 노선이 아예 없어진다. 경춘선이 복선 전철화되면서 기존 청량리∼성북∼갈매노선은 청량리∼망우∼갈매 노선으로 바뀌기 때문. 이에 따라 성북역∼시계 노원구 태릉선수촌 구간 5만4545평 '노는 땅'이 생긴다. 〈지도 참조〉

주민들과 철도청 활용방안 달라

서울시는 이 부지들을 녹지나 도로 등 공공부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랜 세월 소음과 지역 간 단절 등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 공공시설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마포구·노원구 등 해당 자치단체도 같은 입장이다. 마포구 류훈(柳訓) 도시관리국장은 "마포구 주민들의 69% 정도가 이땅을 녹도(綠道)나 공원으로 조성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 오광현(吳廣鉉) 도시관리국장도 "(철도로 인해) 주민들이 오랜 세월 문화시설에서 소외된 만큼 문화·휴식·체육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철도청은 상업용지로 쓰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연간 1조원이 넘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사업이 절실하기 때문. 지난 5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열린 '철도유휴부지 활용방안'에 관한 정책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강유신 한국철도시설공단 재산관리처장은 "철도는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며 "개발이 가능한 부지에 대해서는 수익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지 활용계획에는 이 땅의 소유권(所有權) 이전 방법이 열쇠다. 현재 이 땅은 국유지(國有地)로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위탁관리 중이다. 서울시가 공공부지로 쓰려면 어떤 형태로든 땅의 소유권을 넘겨 받는 것이 순서. 서울시는 현재 철도로 인한 주민 피해를 보상한다는 차원에서 무상양여(無償讓與)해주길 바라고 있다. 시가 돈을 주고 사는 형태가 된다면, 땅값만큼 공공부지 활용은 멀어지는 셈이다.

철도시설공단측은 아직 소유권 문제에 대해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은 상태. 그동안 전주 등은 폐선 부지를 사용할 경우 일정 비용을 지불해왔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정석 연구위원은 "스페인은 폐선부지를 산악자전거 여행코스로 만들어 관광객 유치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철도 역사(歷史) 100여년이 넘는 만큼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폐부지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