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화선' SBS 밤 12시
‘춘향뎐’으로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임권택 감독에게 역시 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가 주요부문상(감독상)을 안겨줌으로써 우리 영화의 위상을 맘껏 과시한 역작이다. 19세기 후반의 비극적 시대 상황이나 천출이라는 운명적 굴레 따위엔 아랑곳없이 오로지 예술혼에 살다 간 오원 장승업(1843~1897?)의 파란만장한 삶을 드라마틱하게 그렸다.
기념비적 과업을 일궈냈으면서도 영화는 수상 이후 그 저의(?)를 둘러싸고 크고 작은 구설수에 시달려야 했다.
요지는 작품의 수준이 그만큼 뛰어나서가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으로서 감독의 그간의 명성과 행보를 인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장승업의 삶을 과연 얼마나 효과적이고 감동적으로 그렸는가를 둘러싼 논란 또한 적잖았다. 전문가들의 찬반 양론에서도 ‘반’ 쪽이 우세했다. 같은 해 베니스 감독상을 거머쥔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와 비교되면서는 다분히 부당한 폄하를 당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칸 수상에 동의하는 편이다. 주제적 관점에서 영화는 예술혼을 인상적으로 그렸으며, 화면구도에서도 감독의 그 어떤 작품에 처지지 않는 정교함을 구현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물론 최민식의 인물해석 또한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하다. ‘파이란’의 강재나 ‘올드 보이’의 대수에는 다소 못 미칠지라도.
참, 이젠 별 중의 별이 된 손예진의 2년여 전, 앳된 모습을 보는 즐거움은 작지 않은 프리미엄일 터.
2002년. 약 120분. 15세 이상. ★★★★(5개 만점)
'역' KBS1 밤 11시50분
‘철도원’(1999)의 성공에 힘입어 뒤늦게 2000년에 국내 개봉되었던 화제의 일본 영화다. 일본의 국민배우라는 다카쿠라 겐이 올림픽 사격 선수 출신의 모범적 경찰관으로 나와 무난한 연기를 펼친다. 철 지나 선보여서일까, 영화는 모든 면에서 그저 무난함으로 일관한다. 허허실실이랄까. 물론 원작에서 40여분이 잘려나간 탓이 크겠지만.
원제 驛. 감독 후루하타 야스오. 1981년. 약 90분. ★★☆
(전찬일·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