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하리 스스무 교수

2년 전, 전혀 모르는 50대의 여성이 연구실에 전화를 걸어왔다.

“드라마 ‘가을동화’를 보고 감동했다. 지금껏 간병해 오던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절망에 빠져 있었는데, 이 드라마를 보고 희망이 생겼다. 일본의 요즘 드라마를 보면 이해를 못하겠고, 감동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일본의 방송국은 젊은 여성들 취향의 드라마만을 방영하고, 또 하나의 유력 시청자층인 중·고등생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이런 전화처럼 불만이 늘어나고 있는 상태였다. 이때 등장한 것이 ‘겨울연가’이다. 게다가 그들이 신뢰하는 NHK에서 방송하는 것이었다.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이 계층은 “욘사마가 사랑을 속삭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일본에서 한류가 폭발적으로 될 수 있었는 첫 번째 이유는, 한류를 이런 드라마가 주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세대가 볼 수 있는 건전함, 불행으로부터 행복으로 이어지는 ‘인생역전’극, 이해하기 쉬운 등장인물 설정, ‘사랑해’ 등 직접표현이 많은 대사, 전형적인 미남과 미녀배우를 기용하는 한국 드라마의 특성이 사회현상이 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었다.

두 번째로는 한류의 발화점이 중노년층 여성이라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국이 싫다’고 대답했던 핵심계층이 바로 이 계층이었다. 그러나 이 계층이 ‘한국이 좋다’고 대거 돌아섰기 때문에 그 상승(相乘)효과는 크다. 한국에 대해 아무런 선입관이 없는 그들의 딸 세대에도 한류가 확산되고 있다.

세 번째로, 한국이 매력 있는 나라로 급변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일본인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 대중문화의 단계적 개방, IT선진화, 구조개혁,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 등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게 했고, 한국인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향상시켰다. “한국으로 이민가고 싶다”는 50대 주부가 나오고 있는 정도인데, 이것을 한국인들은 믿어 주지 않는다. 그만큼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류현상의 현주소이다. 이 현상은 외교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지 않는 한 지속되리라고 생각한다.

(시즈오카 현립대학 국제관계학부 한국사회론 교수 고하리 스스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