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학교 캠퍼스를 걷고 있었다. 그때 막 켜지기 시작한 가로등 사이로 뭔가가 부스럭거리는 것이 보였다. 궁금해서 살펴 보았더니, 어떤 아주머니들께서 뭔가를 열심히 줍고 계셨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도토리라면서, 요즘 사람들이 매일같이 와서 주워간다고 했다.
순간적으로 나도 주워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토리묵이라도 해먹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만 잊어버렸는데, 얼마 뒤 수업시간에 학교에 그렇게 많았던 다람쥐들이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겨우 도토리 몇 알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칠 수 있는 일이지만, 우리도 모르게 동물들이 설 자리를 점차 빼앗겨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 훗날에도 여전히 우거진 숲, 그리고 그 안에서 즐겁게 살아갈 동물들을 위해서 저녁 한 끼 별미 정도야 포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하영나·대학생·부산 사하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