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봄·여름 뉴욕컬렉션’이 열린 맨해튼의 새로운 예술 중심지 ‘첼시’의 한 패션쇼장. 모델들의 물결이 빠져나간 뒤 500여명의 관중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으며 노장 디자이너가 서서히 무대 위로 걸어나왔다. 취재진의 집중적인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로 답하는 인물. 바로 ‘랄프 로렌’이었다.
일반 디자이너들은 한 번 참가하기도 힘들다는 뉴욕 컬렉션은 올해 이 거장에게 연달아 쇼를 세 차례나 열 수 있는 기회를 줬고, 그의 쇼와 함께 컬렉션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만큼 뉴욕 패션계에서 랄프 로렌은 거목 같은 존재다.
“봄은 로맨틱한 세련미가 넘치는 계절이다. 모던하면서도 럭셔리한 50년대의 할리우드 패션에서 내년 봄 패션의 영감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컬러풀한 컬렉션의 흐름과는 달리 랄프 로렌은 특유의 세련된 우아함을 고집했다. 부드럽고 로맨틱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시폰과 리넨, 앙고라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표현했고, 컬러도 튀는 원색보다는 크림색, 옅은 하늘색, 핑크, 은색 같은 부드러운 색깔을 주로 썼다.
실크 숄 카디건과 허리선이 활짝 핀 꽃처럼 펼쳐진 서클 스커트, 폭포수같이 물결치는 주름치마 등 여성의 관능미를 강조하는 디자인이 주를 이뤘고, 섬세한 비즈 장식과 부드러운 깃털 장식, 새틴 백 등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정점에 다다르게 했다.
뉴욕 컬렉션의 흐름은 소녀취향이었지만 랄프 로렌은 오히려 ‘요조 숙녀’ 이미지로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것 같았다.
(김미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