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원화 강세'가 한국경제에 새로운 악재로 등장했다. 원화 환율은 지난주 4년 만의 최저치인 달러당 1110원선까지 떨어졌다. 환율 급락에 따라 기업들의 수출채산성이 나빠지고, 일부 업종은 적자수출을 하고 있다는 무역협회의 분석이다. 내수(內需)가 얼어붙은 한국경제는 그간 수출이라는 '단발 엔진'에 의존하며 비행을 해왔다. 이 단발 엔진마저 꺼지면 한국경제는 그대로 추락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비상한 각오를 해야 할 때이다.

문제는 원화 강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화 강세의 직접적인 원인은 국제 금융시장의 미 달러화 약세 현상이다. 그 뒤엔 '쌍둥이' 적자의 확대, 국제유가 상승, 경제성장률 둔화 등 미국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의문이 깔려 있다. 이런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달러 약세는 장기적인 흐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위안화의 추이도 변수다. 경기과열을 잡기 위해 중국이 장차 위안화를 평가절상할 경우 원화 절상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기업들은 단기적인 원가절감 노력과 함께 장기적인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 사실 IMF쇼크 이후 국내기업들은 크게 뛰어오른 환율 덕분에 손쉽게 장사를 해왔다. IMF 직전 870~900원선을 유지하던 환율이 1200~1300원선으로 급등하면서 똑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이익이 훨씬 더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환율 혜택이 줄어든다면 기업들은 이제 국제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원화 강세는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기업들에 대비할 시간은 주어야 한다. 환율 하락이 너무 급속히 이뤄지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환율 변동이 커지면 기업들이 환차손(換差損) 위험에 노출되고, 환(換)투기가 벌어져 경제가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시장 흐름을 거스르는 무리한 개입은 해서는 안되지만, 시장의 충격을 줄이는 적절한 환율정책의 운용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