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가 끝나고 농민들이 목돈을 얼마씩 만지기 시작할 때면 그것을 노리고 어김없이 농촌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각종 건강보조식품과 의료기기 판매상들이다. 그들은 일단 동네에 큰 천막을 치고

음악을 요란하게 틀면서 잔치 분위기를 조성한 다음, 각종 선물공세와 온갖 술수를 써서 특히 판단력이 약한 노인들에게 비싼 물건을 사게끔 만든다. 작년에 어떤 분은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일반 옥매트와 별 차이 없는 물건을 무려 280만원씩이나 주고 사셨다고 한다.

나중에 속았다는 것을 알고 자식들이 알까봐 쉬쉬하면서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시던지…. 시골 병원에 있으면 농민들이 번 돈은 그야말로 피와 땀이 서려있음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다. 손은 까맣게 타서 갈라지고 모든 관절들도 두터워져 심지어 기형이 된 분들도 많다. 어떤 할머니는 무릎관절이 구부러지지 않아 엉금엉금 기어다니며 밭에서 김을 매신다고 한다. 병원에 오실 때마다 '이제 일 그만하시고 쉬시지요'라고 여쭈면, '일을 보고도 어떻게 안햐~' 하시며 또다시 논과 밭으로 나가 등골이 휘도록 일하신다.

건강보조식품이라는 게 확실히 인증받은 제품인지 확인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일반제품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의료기기를 들고 매년 농촌을 찾아와 순진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불법적 폭리를 취하는 상인들에 대한 행정당국의 적절한 제재와 조치가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이번 겨울에는 시골 어르신들 '등골 빼먹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박하실·고려의원 물리치료실장·충남 금산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