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6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얻기 위해 그들은 86년을 기다렸다. 28일(한국시각)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04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4차전서 보스턴 레드삭스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3대0으로 꺾고 4전 전승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1918년 이후 한 번도 월드시리즈를 제패 못한 것이 베이브 루스를 1920년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 시켰기 때문이라며 가슴을 쳤던 레드삭스 팬들의 안타까움은 이 우승으로 한꺼번에 풀렸다. 하늘의 뜻이었을까. ‘밤비노의 저주’가 풀리는 순간, 밤하늘의 달빛도 잠시 빛을 잃었다. 신묘하게도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졌다 다시 나타나는 개기월식 현상이 일어난 것.
불과 12일 전만 해도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점친 사람은 없었다. 리그챔피언십 시리즈에서 ‘100년 앙숙’ 양키스에 3연패하며 패색이 짙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레드삭스는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3연패 뒤 4연승을 일궈내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선수들은 ‘왜 우리라고 안 되겠냐(Why not us)’며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불살랐다.
데이비드 오티스는 4차전서 연장 12회 끝내기 투런 홈런, 5차전서는 연장 14회 끝내기 적시타로 사지에서 팀을 구했다. 발목을 다친 커트 실링도 6차전서 양말에 피가 배어나오는 고통 속에서 7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를 이끌며 팀을 하나로 모았다. 실링은 월드시리즈 2차전서도 핏빛 양말 투혼을 펼쳤고 벨혼 등 하위타선까지 이에 가세하며 레드삭스는 양키스전을 포함, 포스트시즌 8연승을 달리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최종일 승리의 전주곡은 1회 선두타자 조니 데이먼의 우월 솔로 홈런으로부터 시작됐다. 3회 2사 만루에서는 트롯 닉슨이 중월 2타점 2루타를 뽑아내 3―0으로 달아났다. 레드삭스 선발 데릭 로우는 7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잡아내며 3안타 무실점으로 호투, 승리투수가 됐고 키스 폴크는 1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내 승리를 지켰다. 월드시리즈 MVP는 17타수7안타(0.412) 4타점을 기록한 매니 라미레스에게 돌아갔다. 라미레스는 “나는 밤비노의 저주를 믿지 않았다. 운명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고 우리가 바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레드삭스의 우승으로 3년 연속 와일드 카드 팀이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