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보〉(44~55)=‘국지적으론 옳지만 대세상 빗나간 수’. 고수(高手)들이 흔히 쓰는 말이지만 아마추어로선 아리송할 때가 많다. 걸작 기보란 퍼즐 조각 모음으로 이뤄질 수는 없는 모양이다. 유치환(柳致還)의 ‘나비’에 대입하자면 모든 장면이 ‘생명의 파편’ 아닌 ‘무결(無缺)한 전일(全一)’이어야 한다는 뜻일까. 44, 46은 ? 두 점의 허술한 간격을 추궁하는 통상적 맥점이지만 지금은 정답이 아니었다.

"44는 '가'가 전국적 요소였다. 흑이 '나'로 밀어오면 다시 '다'로 좌하를 완전 제압하는 게 크고 하변 백도 안정해 대만족이다." 위빈 자신이 훗날 중국 바둑 잡지에 기술한 '고해성사'다. 46을 외면하고 즉각 움직인 47이 꽤 아팠던 눈치다.

짚고 넘어갈 것은 46 때 '라'로 잡는 수는 없다는 점. 참고 1도 8 이후 흑 A가 이하 D까지 부호 순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48은 '마'로 잡을 곳. 위빈의 흥분상태가 감지된다. 그러나 흑도 51이 문제로, 참고 2도였으면 5 다음 E와 F를 맞봐 백이 난처했다. 백 2로 3이면 흑 2. 그나 저나 55때 백은 '바'로 젖힐 수 있을까,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