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령 하나로 지구촌을 "차렷"시키는 사람. 미국 유럽 남미 중동 등 세계 29개국에 진출하여 800여개의 '지점'과 15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한국인이 있다. 재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술(國術)'이라는 무술 브랜드를 창시해 북미(北美) 내 3대 무술단체 중 하나로 키운 서인혁(徐仁赫·65)씨다. 세계 국술원 총재를 맡고 있는 그가 자신의 파란만장한 무술 인생을 그린 평전 '세계를 제패한 서인혁의 성공신화'(샘터 간·김문영 저) 출간에 맞춰 고국에 왔다.
서씨는 1974년 맨주먹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국술의 황제가 됐다. 국술이란 권술 족술 포박술 봉술 검술 지팡이술 등 270기법 3,608수(手)로 이루어진 종합무술. 서씨는 "젊은 시절 전국의 무술 문중과 사찰을 다니며 산발적으로 전수되던 각종 기예를 집대성하여 하나의 무술 체계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이 있기까지 서씨는 숱한 고비를 넘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첫 도장을 연 뒤에도 변변한 방 한 칸 없이 배고픔을 참으며 도장 바닥에서 새우잠을 잤다. 그는 "서러움이 밀려올 때마다 검을 쥐고 휘두르며 '반드시 한국 무술을 미국에 심고 돌아가리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고 말했다. 개관 몇 주일이 지나도 한 명도 찾아오지 않자 서씨는 곳곳을 찾아다니며 무려 300회 이상의 무술 시범을 보이며 고객을 확보하기도 했다.
지금 국술은 미국 내에서만 도장이 300여개에 이르며 해외 유단자 수는 15만명이다. 서 총재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8년 우리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기도 했다.
전 세계 온갖 무술이 각축을 벌이는 '거대 시장' 미국에서 한국어 구령을 쓰고 태극 마크 찍힌 도복을 입는 국술이 성공한 이유는 뭘까. 서 총재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경영 덕택"이라고 말한다. 미국에 진출한 다른 동양무술들이 소규모 도장에 안주할 때 그는 과감하게 '국술' 도장을 체인점처럼 늘려갔다. 국술 명칭과 용품들에 특허를 냈으며, 본부는 지부의 운영을 엄격히 통제하는 대신, 최대한의 지원도 하게 했다. 국술이라는 무술을 하나의 브랜드 상품으로 만들어 소비자들이 믿고 '구입'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여기에다 예(禮)와 정(情)을 중시하는 가족적인 분위기도 서양인들의 큰 호감을 얻었다고 한다.
지난 2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평전 출간 기념회에서 서씨는 "조국을 떠난 지 30년 만에 미국 시장을 어느 정도 제패했다고 자부합니다. 이제부터는 국술의 한국 보급에 많은 힘을 기울이겠습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