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위헌’ 판결에 격앙된 여당 내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헌재판결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중진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여론을 너무 무시했던 것 아니냐”는 ‘자성(自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이부영(李富榮) 의장의 발언에서 분위기 변화가 느껴진다. 이 의장은 22일 오전 상임중앙위원회에서 “충격과 실망의 하루가 지났지만 오늘도 해는 동쪽에서 여전히 떴다”며 ‘차분하고 의연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이날 오후 당내 기독교인 모임 결성을 위한 ‘열린기독포럼’ 창립식에 참석해서는 “혹시라도 우리들이 우리만 옳고 지난날 산업화를 위해 애쓰셨던 사람들은 옳지 않다는 독선에 빠져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의장은 “바로 그런 독선과 아집 때문에 혹시라도 우리들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친북·반미로 몰아가는 것 아닌가. 그런 말을 들을 일은 하지 않았는지 반성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남을 탓하기 앞서 우리 자신들이 그런 말을 들을 만큼 오만과 독선이 있지는 않았나 하느님 앞에 반성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열린우리당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피안(彼岸)의 세상을 위해 우리들을 비판하고 우리들을 못마땅해하는 사람들까지 포용해 큰 배를 저어 가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