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검찰'로 불리며 대기업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21일 한바탕 혼쭐(?)이 났다. 상대는 대규모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아니라 100여명의 영화인들이었다.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원회'는 이날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스크린쿼터(국산영화 의무상영제도) 축소에 반대하는 집회를 갖고,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영화인들은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스크린쿼터제가 질 낮은 국산영화 생산에 따른 인적·물적 낭비를 조장하고 있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며 "영화인들을 모욕한 강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시위에 놀란 공정위는 해명자료를 냈다. "스크린쿼터를 기반으로 우수한 한국영화가 만들어져 국제영화제 수상, 한국시장의 점유율 상승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데 기여했다", "스크린쿼터는 경쟁제한성이 있지만 문화의 정체성(正體性)을 고려, 문화관광부와 영화인이 적절한 결론을 내릴 사안이다…". 스크린쿼터가 공정위와는 무관하다는 태도였다.
나흘 전 "국내 영화산업도 이제는 스크린쿼터제도 등의 과도한 보호장치 없이 자체적인 경쟁력 향상으로 외국영화와 경쟁할 필요가 있다"던 소신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또 스크린쿼터를 152개 '경쟁제한적 규제'에 포함시키고, 범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을 주도해온 곳도 바로 공정위였다.
공정위는 지난달 삼익악기와 영창악기의 기업결합을 '경쟁제한적'이란 이유로 불허했고, 그 판정 이후 3일만에 영창악기가 부도를 맞자 과잉 규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업 규제에 관한 한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공정위가 스크린쿼터에 대해서는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뭘까. 스크린쿼터 문제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아예 나서지나 말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