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지어진 광화문 지하보도가 1년여의 공사 끝에 지난 18일 새 단장을 했다. 당초 내부 인테리어만 바꾸려다가 지난 3월 지하보도 중앙 천장 30×15m 면적에 최대 7㎜ 균열이 수없이 발견돼 구조물에 대한 보수·보강 공사까지 하게 됐다. 당시 안전 진단 결과 최하 등급인 ‘E’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이런 치명적인 결함이 우연히 발견됐다는 점이다. 관리를 맡았던 종로구는 올 초 보수·보강 공사 전까지는 천장 균열 사실을 전혀 몰랐다. 종로구 관계자는 “5년마다 한 번씩 정밀 안전진단을 해왔지만, 천장에 숨어 있는 균열을 쉽게 발견할 수 없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21일이면 성수대교가 붕괴된 지 10년이 되지만 건축·시설물의 안전 관리에는 여전히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성수대교 붕괴 후 도입된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한강 교량 등 1종 시설은 5년마다 점검을, 고가차도 등 기타 시설은 2년에 한 번씩 점검을 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대형 교량, 아파트 등 각종 구조물을 서울시와 구청이 나눠 안전을 관리 중이다.
서울시는 광화문 지하 보도의 균열 발견 이후, 지어진 지 오래된 지하 구조물에 대한 정밀 진단 계획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광화문 지하보도처럼 천장을 완전히 뜯고 정밀 진단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겉모습으로는 안전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정되는데도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서울시는 “비파괴 검사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진단,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와 자치구는 구조물 종합평가 등급인 A(최상)~E(최하)등급 중 D~E등급에 대해서만 재난 위험시설로 집중 관리를 할 뿐 나머지에 대해서는 기술사와 관계 공무원 등이 주로 육안으로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 현재 E등급으로 주민이 모두 이사를 간 서울 황학동 ‘신당 맨션’의 경우 지난 1996년 지하 기둥이 내려 앉기 전까지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였던 건물이었다. 한편, 한강다리의 경우 성수대교 등 10곳이 A등급, 성산대교 등 10곳이 B등급인 것으로 나타나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험 판정 건축·시설물에 대한 사후관리도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조사결과 현재 서울시의 건축·시설물 중 E등급을 받은 곳은 65곳. 대부분이 위험도가 심각한 상태이지만, 이 가운데 14곳에는 아직도 주민이 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E등급일 때 모두 철거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며, 주민들이 살고 있는 E등급 주택들은 붕괴 위험성이 없다”고 말했다.
1920년 초반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중구 신당6동 ‘체신 아파트’는 거의 붕괴 직전의 건물. 향나무 골조와 흙으로 지은 후 지난 60년대 초반 시멘트로 외벽을 바른 3층짜리 이 아파트는 현재 한쪽 벽면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고, 곳곳에 나무 골조가 튀어나와 보기에도 금방 무너질 듯한 건물이다.
서울 중구청은 지난 5월 이곳을 E급 재난 위험시설로 지정했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잠정 판단, 주민들에 대한 강제 퇴거 조치 등은 내리지 않고 있다. 서울시 최성옥(崔聖玉) 방재기획과장은 “사유재산을 침해하며 강제 퇴거를 시킬 수 없는 것도 한계”라고 말했다.
건물 안전에 대한 경험도 전문가들 사이에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건축학과 박홍근 교수는 “기술사 등 건축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건물 안전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위험성을 정확히 발견하지 못하면 결국 주민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