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제주도 우근민 도지사의 성추행이 사회적 물의를 빚었을 때 피해 여성이 40대 여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설마 40대인 여자를 왜 성추행했겠어?" 이 문장 뒤에는 '10대도, 20대도, 그렇다고 30대도 아닌 40대 여자를…'이란 말줄임이 있다.

가부장제가 나이 많은 여자보다 더 성적 존재로 '인정'해주지 않는 범주의 여자들은 장애 여성이다. 이문열의 소설 '아가'는 장애 여성의 성에 대한 가부장제 판타지의 결정판이다. 장애 여성인 주인공 당편이에 대한 마을 남자들의 성폭력은 당편이를 비로소 '여자'로 인정해주는 사건으로 미화된다. 당편이를 강간한 남성에게 내려진 벌(?)은 당편이와 결혼하는 것이었고, 그 판결을 들은 남성은 사색이 된다.

이 소설 속 이야기는 2000년 대한민국 강릉시 음촌리에서 벌어진 정신지체 여성 성폭행사건에서도 되풀이 된다. 그 당시 여성을 성폭행한 마을 남성들의 머릿속에는 자신들이 강간을 한 게 아니라 '여자 구실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생각이 들어 있었다.

얼마 전 지체장애1급 여성인 이선희씨는 자신의 누드를 장애인 인터넷신문 에이블뉴스에 공개하면서 "장애 여성이 아닌 보통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누드를 찍었다"고 밝혔다. '무성(無性)적인 존재'로 취급받는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 속에서 자신도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스킨십도 하는 성적인 존재로 인식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진작업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남성들이 장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여 보통 여성으로 '승격'시켜 주는 문화 속에서 이씨의 누드 찍기는 장애 여성 스스로가 성적 주체로 자신을 명명했다는 능동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남자들이 원하는 여성 몸에 대한 상상력의 경계를 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성적 '주체'가 되고 싶었던 그녀의 실험은 여성들을 성적 '대상'으로 만들고 싶은 남자들의 욕망과 다시 만나게 된다. 이제 이씨는 '보통 여자'가 된 것일까, 아니면 보통 여자들과 '동등한' 성적 억압의 대상이 된 것일까.

(홍익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