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밀 한양대 국문과교수

'차가운 바람을 오래 쐬었더니 감기에 걸렸어.'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가 되면 어김없이 감기가 찾아옵니다. 감기(感氣)는 글자를 풀면 찬 '기운[氣]에 감염되었다[感]'는 뜻입니다. 감기에 걸리면 차가운 기(氣)가 몸 속에 들어가 몸이 오싹해지고 콧물이 줄줄 흐릅니다.

사람 몸 안에는 기(氣)가 가득차 있어 힘이나 활동과 관련된 말에는 으레 '기(氣)'자가 들어갑니다. 몸이 약해지면 '기력(氣力)이 다했다'고 하고 꼼짝못하는 상황이면 '기(氣)를 못편다'고 말합니다. 기가 끊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기절(氣絶)하게 된답니다. 절(絶)은 '끊다'는 뜻입니다. 기가 끊어지면 숨이 막히게 되어 정신을 잃게 되는데, 이것을 기절(氣絶)이라고 합니다. 건강한 생활을 하려면 기가 온몸에 가득해야 합니다. 기가 잘 흐르지 않고 답답한 상태가 되면 '기분(氣分)'이 우울해집니다. 반대로 기가 충만하면 사기(士氣)가 하늘을 찌르고 피곤한 기운이 사라지면 원기(元氣)를 회복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지나치게 기가 높아지면 기고만장(氣高萬丈)하게 됩니다. 기고만장이란 일이 뜻대로 풀리다보니 '기가 만 길이나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또 인간의 기운을 받으면 인기(人氣)가 올라갑니다. 인기(人氣)란 사람의 기(氣)입니다. 그러므로 인기가 없어진 것은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진 것입니다. 연예인들은 사람들의 관심이 없으면 의미없는 존재이므로 대중의 인기(人氣)를 생명과도 같이 여깁니다.

한편 기를 모으는 것이 기합(氣合)입니다. 정신이 해이해져 기(氣)가 흐트러졌을 때 정신을 하나로 모으라고 기합을 받습니다. 기합을 단순히 체벌로 생각하지 않고 정신 통일 훈련이라 생각하면 즐겁게 기합(氣合)받을 수 있습니다. 형제나 자매는 부모님께 같은[同] 기운을 받고 태어난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같은 기'라는 뜻의 동기(同氣)는 형제자매를 뜻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반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기도 있습니다. 바로 방귀입니다. 방귀는 방기(放氣)가 변한 말입니다.

(박수밀·한양대 국문과 교수·'살아있는 한자교과서' 저자 davidmi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