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편소설을 완성한 상허를 '문학의 위기'를 돌파할 자양분으로 삼자."
16일 탄생 100주년을 맞아 상허 이태준(常虛 李泰俊·1904~?)의 고향인 철원에서 열린 상허 문학제는 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오랜 한을 풀어주는 해원의 한마당이었다. 민족문학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이 함께 연 이날 행사는 백마고지 위령비가 바라보이는 철원 대마리 두루미평화관 광장에서 문학비와 흉상 제막식에 이어 추모시 낭송, 오우열 시인의 진혼굿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1925년 단편 '오몽녀'로 등단한 이태준은 김동인·현진건의 뒤를 이어 단편소설의 예술적 완성도를 끌어올렸으며, 1939년에 쓴 '문장강화'는 문장론 교과서로 지금도 널리 읽히고 있다. 그해 문학잡지 '문장'을 발간하며 순수문학의 기치를 들었던 이태준은 광복 직후 돌연 월북했으며, 56년 숙청당함으로써 남과 북 양쪽에서 배제된 비운의 작가이기도 하다.
철원 출신으로 이태준 기념사업회장을 맡은 민영 시인은 "처음 문학비를 세우려 할 때는 상허가 월북작가라는 이유로 일부 주민들의 반대도 있었다"며 "분단과 전쟁의 상처가 많은 철원에 상허 문학비를 세우는 것은 통일의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감격해 했다. 상허의 생질 김명렬 서울대교수는 "남과 북에서 모두 외면받았던 외삼촌의 혼령이 있다면 오랜 만에 위안을 얻었을 것"이라고 했다.
상허의 갑작스런 월북을 놓고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설가 최인석은 "해방 후 삼팔선을 넘은 이태준은 자신의 삶의 이력을 통해 우리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며 "그것은 민족이건 이념이건 현실 권력과 손을 잡는 일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는 것이며, 그 고민은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신경림 시인은 "상허의 '달밤', '복덕방' 등을 읽으며 나도 글을 써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다"며 "상허가 없었다면 김동리와 황순원으로 이어지는 한국 소설문학의 계보도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