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하버드가 세계 최고 대학이 된 비결을 분석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주말판 1면.

'최고의 학생에게 최고의 대우'를 기치로 내세운 미국 대학들이 발전한 반면, '평등주의' 노선의 영국 대학들은 쇠락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7일 분석했다. FT는 16·17일자 주말 특집섹션에서 2개면에 걸쳐 '어떻게 하버드가 앞서게 됐나'(How Harvard got ahead)라는 제목의 커버 스토리를 게재했다. 이 신문은 한때 세계 최고대학이던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는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영국 내 반(反)엘리트주의 정책과 분위기 탓에 하강 곡선을 그린 반면, 하버드 등 미국 명문대들은 엘리트·실적을 최중시하는 '경쟁주의'를 통해 세계 최고가 됐다고 분석했다.

FT는, 영국 명문대의 위기는 "모든 대학을 똑같이 지원해야 한다"는 평등주의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반면 미 명문대들은 ▲재원 마련 ▲최고의 학생 ▲최상의 교수진 등을 확보하기 위해 자유로운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고, 이 경쟁이 미국 대학들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FT는 200억달러에 달하는 하버드 기금의 상당 부분은 32만 졸업생들의 기부에 의한 것이라며, "졸업 뒤 모교를 되돌아보지 않는 냉소적인 영국인과는 대조적"이라고 보도했다.

하버드대는 또 2만명의 응시생 중 1650명만을 철저히 실력만으로 추려내며, 신입생 선발에서 응시생의 주머니 사정은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FT는 지적했다. 실제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은 지난 2월, 부모의 연간 소득이 4만달러 이하인 학생에겐 모든 경비를 면제해줬다. FT는 "가난한 집 자녀도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등주의적 꿈을 실현한 것은 하버드의 경쟁적인 시장 제도이지, 국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 명문대들이 봉급을 2배로 올려주면서 옥스퍼드·케임브리지의 수많은 '스타' 교수들을 끌어가는 바람에 영국에선 "우리는 예일이나 하버드대 같은 곳의 인큐베이터가 됐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런 경쟁 탓에 "미 명문대 캠퍼스는 밤에도 도서관과 대부분의 연구실에 불이 켜져 있지만, 옥스퍼드에서 불 켜진 곳은 식당뿐"이라는 것.

FT는 "가장 지적인 학생에게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사회가 발전하고 강하게 남는 길"이라는 콜린 루카스 옥스퍼드대 전(前) 부총장의 '새 엘리트주의' 발언이 영국에서 뒤늦게 공감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