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 대해 "WEF 발표가 춤을 춘다"며 "과연 공신력 있는 기관이 이렇게 할 수 있는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WEF가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작년 18위에서 올해는 29위로 11단계나 떨어뜨린 데 대한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이 부총리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분석은 괜찮은데 설문조사 결과는 들쭉날쭉하다"며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정부가 WEF에 대해 무얼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이런 평가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얼마 전에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그때도 이 부총리는 "국내외에서 '한국 때리기'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고 발끈했다.

물론 WEF 평가가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은 아니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 상태와 사회 전반의 분위기에 크게 좌우되는 설문조사를 가지고 국가간 경쟁력 순위를 매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한국 경제의 추락을 경고하고 있다면, 왜 그런지 먼저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둘러보는 것이 순리다.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앤디 셰는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지난 3년 동안 근본적인 경제개혁은 미룬 채 신용카드 남발, 금리 인하 같은 손쉬운 내수 확대책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한국의 국가경쟁력 추락은 WEF가 아니라 한국 정부가 책임을 느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WEF에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 부총리가 "WEF의 발표가 부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인다면 그건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거울 탓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