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고지에 오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황무지에서 꽃을 피우며 희망의 강슛을 날렸다.
제85회 전국체육대회 남자 고등부 핸드볼 결승전이 열린 14일 충북 청주 국민생활체육관. 연장 전·후반을 포함한 70분의 최종 승자는 부천공고였다. 하지만 폐광촌 속 해발 700m 고지의 태백기계공고 선수들도 빛나는 주인공이었다.
태백기계공고 핸드볼팀은 지난해 12월 창단됐다.
원주공고 핸드볼팀의 해체가 팀 창단의 계기가 됐다. 대다수가 태백시 출신인 선수들의 갈 곳이 없어지자 태백기계공고 동문들이 나섰던 것. 은석형·이균우 등 5명의 원주공고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신입생 8명과 함께 팀을 이루었다.
권영길 감독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 팀을 새로운 팀으로 가꿔갔다. 팀 평균신장이 175㎝가 채 안 되는 신장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체력훈련과 스피드 훈련에 집중했다. 매주 2번 이상 태릉선수촌 태백분촌(1331m)의 고지를 오르내리며 지구력 훈련을 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땀의 결실은 올여름부터 맺히기 시작했다. 회장기중고연맹전에서 16개팀 중 6위를 차지해 가능성을 보여줬고, 지난 6월 종별선수권에서 3위를 기록했다. 전국체전 지역대표 선발전에서 삼척고를 한 골 차로 이기고 출전권을 따냈고 이번 체전에서도 3연승, 가볍게 결승에 올랐다.
이날 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부천공고. 종별선수권을 2연패한 강팀이다. 팽팽한 접전 끝에 전반을 13대12로 마무리한 태백기계공고는 후반 11분쯤엔 23 대 18로 앞서가며 첫 우승에 다가섰다. 그런데 1분 후 주공격수 은석형이 무릎 부상으로 절뚝거리자 팀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연속 5점을 허용, 23 대 23 동점으로 후반을 마친 태백기계공고는 결국 연장 후반 종료 20초 전에 쐐기골을 허용해 28 대 30으로 주저앉았다.
경기를 마친 후 3학년생 은석형은 "다친 내 탓이라 후배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떨어뜨렸다. 한쪽 응원석을 가득 메운 200여명의 태백기계공고 재학생들의 환호는 끊이지 않았고, 선배들을 위로한다며 1학년 공격수 김양욱이 한마디 거들었다. "미안해하지마. 형들 없어도 내년엔 꼭 이길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