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잇따른 비리 스캔들이 드러나 퇴진압력을 받고 있는 에비사와 가쓰지 NHK 회장. 사진은 지난달 9일 일본 중의원 청문회에 소환돼 사과하고 있는 모습. 마이니치 신문 제공

일본 공영방송 NHK의 에비사와 가쓰지(海老澤勝二·70) 회장이 사원들의 잇따른 금전 스캔들로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 소환돼 고개를 숙인 데 이어, 이번에는 조직 내부에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에비사와 회장은 1957년 NHK에 입사한 이후 정치부 기자를 거쳐 1997년부터 회장에 재임하고 있다. 정치부 기자 시절 쌓은 자민당 실력자들과의 교분을 배경으로 NHK 회장직에 오른 그는 독선적인 경영스타일 때문에 사원들로부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에 빗댄 ‘에비정일’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을 정도. 작년 7월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임기 3년의 회장 3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NHK 조직이 비대화되고, 사원들의 비리가 드러나는 등 공영 방송의 위상과 감독 체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에비사와 회장 개인에 대해선 NHK의 시청계약과 시청료 징수 업무를 맡고 있는 지방조직인 ‘전일본 방송수신료 노동조합’이 13일 회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문서를 정식 발송했다고 도쿄신문이 13일 전했다. 이 조직이 극단행동에 나선 것은 NHK 직원들의 수신료 착복과 제작비 과다 청구 등 잇따른 비리가 드러나면서 시청료 납부 거부가구가 급증해 생계에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련의 비리 사건이 터진 후 시청료 납부를 거부하는 가구가 3만10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료 징수원들이 가정을 방문하면 “시청료를 멋대로 쓰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에비사와 회장이 그만두면 다시 찾아와라”고 문전박대당한다는 것이다.

에비사와 회장이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직접 사과하고, NHK TV도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는1시간짜리 특집을 내보냈으나, 비난 여론은 식지 않고 있다.

올 들어 드러난 NHK 방송의 내부 비리를 보면, 연말 인기프로그램인 ‘가요 홍백전’ 프로듀서가 1996년부터 5년간 외부 이벤트 회사에 제작비를 지급한 뒤 절반 가량인 4800만엔을 리베이트 형식으로 돌려받아 유용한 것이 적발돼 파면당했다. 전 서울지국장은 1993~1999년 월 60만~100만엔을 과다계상한 영수증을 외부프로덕션에 만들게 해 허위로 경리처리를 했다. 지난달에는 직원 4명이 수금한 시청료 가로채기, 통장 거래 내용 조작 등의 수법으로 970만엔을 착복한 사실이 드러나 면직됐다. 최근에는 각종 외주 제작비 과다 지급, 허위 출장비나 접대비 청구, 장비 분실, 외부 협찬 강요 등 NHK의 내부비리를 고발하는 기사가 각종 주간지 등에 넘쳐나고 있다.

(도쿄=정권현특파원 khj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