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의 크리스토퍼 리브가 작년 11월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토퍼 리브 신경마비재단’행사에 참석해 부인 다나와 함게 웃던 모습.

영화 '수퍼맨'으로 유명한 미국의 영화배우 크리스토퍼 리브가 10일 52세를 일기로 뉴욕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1995년 낙마(落馬) 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이후 10년째 휠체어 생활을 해온 리브는 9일 심장마비를 일으켜 다음날 숨을 거뒀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젊은 시절 193㎝의 건장한 체격을 갖춘 리브는 인류의 영웅 '수퍼맨' 역으로 적격인 미남 배우였다. 명문 코넬대학 출신으로 매력적인 검은 머리와 푸른 눈을 지닌 그는 1978년 200여명의 후보들을 제치고 주연으로 발탁됐고, 악당과 싸워 인류를 위기에서 구하는 주인공 클라크 켄트 역을 대역 없이 훌륭히 연기했다.

이 영화로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리브는 '수퍼맨' 시리즈 3편 이후 '남아있는 나날' '저주받은 도시' 등의 영화와 연극에 출연했지만, 세월이 흘러도 그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용감하고 겸손한 수퍼맨으로 기억됐다.

그러나 1995년 승마를 하다가 목뼈 부위 척수에 손상을 입으면서 '세계 최강의 초인(超人)'은 하루아침에 손가락 관절 하나조차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인이 됐다. 호흡기 없이 숨을 쉴 수 있게 되기까지도 몇 달이 걸렸을 만큼 심각한 상태였다. 많은 이들이 장애인이 된 그를 동정했지만, 그는 "장애가 내 삶의 방식을 결정짓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리브는 혼신을 다해 재활 치료에 임했고, 2000년 둘째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을 필두로 지금까지 신체 70% 이상의 감각을 되찾았다. 그리고 휠체어를 탄 채 적극적인 사회활동에 나섰다. 그는 윤리 문제로 부시 정부가 줄기세포 연구 지원을 중단한 것을 규탄하며 황우석 박사 등의 줄기세포 연구를 강력 지지하는가 하면, 할리우드가 사회 문제에 좀더 관심을 기울일 것을 호소했다. 또 전신마비 소녀에 관한 영화를 연출하고, 휠체어를 타고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어떤 생각에 정말 집중하면, 놀랍게도 그것이 얼굴에 나타나 충분히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하늘을 날던 시절보다 휠체어에 의지한 이후에 더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 크리스토퍼 리브는 인류에 용기와 희망을 준 진정한 수퍼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