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혁 교수

바둑 게임에서 흑이 지니고 있는 선착의 효는 몇 집이 적절할까. '덤'으로 표현되는 이 핸디캡의 크기는 아직도 바둑계 최대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한국은 대부분의 기전에서 6집 반을 적용 중이며 중국은 7집 반, 일본은 5집 반에서 6집 반으로 이행 중일 만큼 '중구난방'이다.

이 '덤'의 크기를 지금처럼 고정화할 게 아니라 대국 당사자들 간의 경매 방식으로 결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인천대 경제학과 조전혁(사진) 교수가 내달 바둑학회에서 발표할 "덤 경매제(競賣制)에 대한 소고'란 논문이 그 것. 그는 이 논문에서 '덤'을 흑선(黑先)에 대한 시장 가치, 즉 '가격'으로 풀이하면서 6집 반 제도를 정부의 '가격고시제'에 비유했다. 대국 방식, 상대 스타일, 대국 전략 등에 따라 덤의 크기도 매 판 다른 '경쟁적 가격'이 형성돼야 하며 경매 제도는 그 현실적 대안이란 게 이 논문의 초점이다.

덤 경매제란 어떤 방식을 말하는 것일까. ①대국자는 기존 방식대로 우선 돌을 가리고 ②홀짝을 맞춰 흑이 나온 쪽에서 덤의 크기를 제안하며 ③상대방은 그 크기에 따라 흑 백의 최종 선택권을 갖는다는 3가지를 뼈대로 한다. 제안자는 덤 크기를 결정하지만 대신 상대방의 역 선택권이 있으므로 기풍, 전략, 제한 시간등 쌍방이 여러 환경을 감안해 적정선에서 덤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

이 논문을 위해 1994년부터 11년 간 5503국의 프로 대국이 기초 자료로 동원됐다. 조 교수는 "덤이 5집 반에서 1997년 6집 반으로 늘어난 뒤에도 흑의 승률 우위는 변치않고 있다. 일률적인 덤 적용을 고수할 경우 승률 불균형 현상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게다가 "대국 당사자가 시장 경제적 합의제로 덤을 결정하면 운(運)을 배제하는 효과까지도 따라올 것"이란 게 그의 분석이다.

이 논문엔 약간의 의문점도 없지않다. 바둑의 학문적 속성이 도외시된 채 게임적, 거래(去來)적 측면을 너무 강조한 느낌을 준다는 게 그 하나. 스포츠나 카드 게임 등 다른 승부는 기본 룰에 훨씬 더 많은 변수를 갖고 있음에도 큰 틀의 공평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 덤 크기의 변화 폭이 매우 제한적(6집 반±1집 정도)이어서 현실적 활용 범위가 얼마나 될지도 의문. 하지만 주먹구구로 결정해 온 덤의 결정 방식에 대국자들의 감각 및 경제학적 이론을 접목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