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잊지 못한다. 한 남자가 비온 뒤 만들어진 웅덩이를 펄쩍 뛰어넘는 순간을 처음 흑백 사진으로 본 것을. 그리하여 ‘이 세상에 결정적인 순간이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진리와 맞닥뜨린 것을.

그리고 나는 잊지 못한다. 태평양군도의 누벨칼레도니 섬의 보(洑)에 나타난 거대한 하트 모양을 컬러 사진으로 본 것을. 그리하여 경이롭기도 하고 황홀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우리 지구의 초상과 맞대면한 것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한 사람은 세상의 결정적인 순간을 찍은 다큐멘터리 사진 예술가이고, 다른 한 사람은 3000m 하늘에서 지구의 결정적인 초상을 찍는 항공 사진 예술가이다.

두 사람의 사진집은 예술서의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2003년, 428쪽짜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흑백사진집이 나왔을 때, 그리고 올해 462쪽짜리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컬러사진집 '하늘에서 본 지구'가 선보였을 때, 나는 독자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도 되는 듯이 두 책의 결과에 비상한 관심을 쏟았다.

두 책은 8만원이 넘는 고가의 책(그러나 내용의 질이나 양으로 보면 너무 싼 책)이지만,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하늘에서 본 지구’는 올해 아시아권에서 처음으로 한국과 대만, 일본에서 동시 출간된 터라 더욱 주목할 만했는데, 결과는 한국이 압승을 거뒀다.

예술은 먼 데 있지 않다.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말대로 지구가 예술이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하는 내 눈이 예술이다.

(함정임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