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밀 유출 논란은 지난 4일 한나라당 박진(朴振) 의원이 국회 국방위에서 '수도권 방위 모의 분석결과', 정문헌(鄭文憲) 의원이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북한 급변사태 대비 비상계획'을 각각 언급한 것이 발단이 됐다.
두 의원이 밝힌 사실이 '2급 비밀'에 해당하는 것인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여당측 입장이다. 반면 두 의원은 "그렇게 중요한 비밀이라면 왜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했느냐"며 정부를 향해 역공을 가하고 있다.
정 의원은 8일 기자회견에서 "통일부가 공개배포한 국정감사 요구자료에는 소위 비밀사항이라는 '충무3300, 충무9000'라는 용어가 그대로 적혀 있고,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도 내 질의에 '충무9000계획은 통일부가 주관하는 것이고, 현재 충실히 보완 발전시키고 있다'고 공개 답변을 했다"며 "만일 내가 기밀유출을 했다면 정 장관도 기밀유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질의 내용을 하루 전인 3일 통일부 소속 국회담당관을 통해 장관에게 보냈는데, 통일부로부터 사전 이의제기나 협조요청이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통일부가 감사 당일 배포한 자료에는 '정문헌 의원 요구자료' 17항에 '충무 9000 계획, 충무 3300 계획의 내용 및 연도별 발전실적, 소요예산'이라는 질의와 '통일부 비상계획의 업무내용은 국가 비상사태에 대비한 계획의 수립, 종합 및 조정을 위헤 충무 3300 계획과 충무 9000(응전자유화) 계획 업무'라는 답변이 실려 있다. 국감장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자료에 이름 자체가 비밀인 비상계획이 명시된 것이다.
한편 박 의원은 "국방연구원이 지난 4월 공개 발행한 '2003년 연구보고서 초록(抄錄·핵심내용을 가려뽑은 것)집'에서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에 따른 모의분석을 실시했음을 밝히고 있어 그 자료를 추적하게 된 것"이라고 정보 입수경위를 밝히고 있다. 일반인들도 열람할 수 있는 이 초록집에는 박 의원 발언 내용이 담긴 '한반도 전쟁여건 변화 모의 분석'이란 논문을 2급 비밀로 분류해 놓고, 연구 책임자 1명과 연구 참여자 5명의 이름을 적어 놓았다.
여당이 '국가기밀'이라고 부르고 있는 내용을 알아내려면 누구를 접촉하면 되는지 6명의 명단을 일반에 공개해 놓고 있는 셈이다. 박 의원 역시 "질의내용을 사전에 국방부에 보냈으나 사전에 협조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