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낮 12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여성 3000여명이 빠짐없이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한 채 인도와 2개 차로 위에 빼곡히 들어앉았다. 이들은 서울·부산·대구·강원 등 전국 12개 집창촌에서 모인 여성들.

전국 12개 집창촌에서 종사하는 성매매 여성 3000여명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선글라스와 마스크 차림으로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이기원기자 kiwiyi@chosun.com)

서울 청량리 집창촌(속칭 ‘청량리 588’)에서 온 참가자들은 청바지와 티셔츠 같은 평상복 차림에 빨간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서울 용산역의 집창촌 여성들은 짙은 남색 모자를 맞춰 쓰고 앉았다. 집창촌별로 각기 다른 색깔의 모자와 마스크를 준비했으며, 어깨에는 ‘생존권 보장’ ‘2007년까지 유예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띠를 두르고 있었다.



사회자가 집회현장 앞에 마련된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미아리 자매님들 오셨습니까? 일어나 주십시오." "영등포 자매분들 오셨나요? 일어서십시오." 호명을 받은 해당 지역 성매매 여성들이 일어설 때마다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참가자들이 주먹을 쥐고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우리를 직업인으로 인정하라!"

사상 첫 성매매 여성들의 전국 집회로 지방 경찰서 정보과 형사들까지 서울로 몰려오는 등 경찰은 초긴장 분위기였다. 특히 경찰은 참가 여성들이 알몸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 100명으로 구성된 여경 1개 중대와 담요 60장을 현장에 긴급 투입했다. 하지만 여성들은 징·북·꽹과리를 동원해 집회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중간중간 '아침이슬' '개똥벌레' '한바탕 웃음으로' 같은 노래를 불렀을 뿐 알몸 시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이들은 '생존권 짓밟지 말고 우리의 직업을 인정하라'(전국 한터연합 여성종사자 대책위 영등포지부), '대책 없는 성매매법 전국도 사창화시킨다'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흔들며 "성매매특별법을 개정하라" "여성단체는 우리를 이용 말라"는 구호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