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시청앞 광장 집회에 시민 10만명 이상이 모여들었다. 현 정권 들어 최대 규모의 반정부 성격의 집회다. 이들을 거리로 뛰쳐 나오게 한 것은 국가보안법이다. 해방 전후인 양 좌우가 정가에서 학원에서 언론에서 거리에서 부딪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아무 보완책도 없이 보안법이 폐지되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현 정권이 친북·반미·좌경 노선, 다시 말해 반(反)대한민국의 길을 걷고 있다는 의심이 이들을 집 밖으로 밀어낸 것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중·장년층 이상이다. 대한민국이 이나마 나라의 면모를 갖추는 데 몸으로, 마음으로 힘을 보탰던 세대다. 최전방 참호에서 몸으로 침략전쟁을 막아냈던 이들도 이 세대였고, 주(週) 60~70시간의 살인적 근무를 견디며 경제 발전을 일궜던 이들도 이 세대다.
오늘의 민주화도 이들이 다진 토대 위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나라를 지키고, 살림을 일으켜세우고, 민주화의 기틀을 만든 세대지만 시위나 집회에는 서툰 사람들이다. 시위나 집회는 타고난 전문가가 있겠거니 하고 자신들의 소관 밖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이다.
이런 일을 겪은 이 나이의 사람들을 거리로 불러낸 것은 현 정권이다. 현 정권이 이끌었던 지난 1년8개월 동안의 나라 형편이 거리로 끌어낸 것이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공격하고 정체성을 흔들고 남파 간첩을 민주화 운동가로 다시 태어나게 한 그 일들 말이다. 한·미 동맹은 약화되고 주한미군 철수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이런 일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방송에서, 학교에서, 사무실에서 '수구 반동'이니 '기득층'이니 하는 면박만 받아야 했다.
지난달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시국선언'을 발표한 원로들은 이해찬 국무총리한테 "쿠데타 주도세력이 여러 분 들어가 있는데…"라는 노골적인 모욕을 당하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은 시청앞 집회에서 나온 '나라 걱정' 이야기에는 귀기울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반미(反美)와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 시위는 국민의 뜻이라며 그토록 존중하던 현 정권이다. 이들이 시청앞을 향해서는 “더 이상 국민을 불안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정권의 이중적 태도가 ‘나라 걱정’ 세대를 계속 거리로 내몰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