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장상진 기자

추석 전날인 지난달 27일 서울 경동시장과 남대문시장에 나가보았다. 최근 여당 고위인사가 방문했다가 곤혹을 치른 일이 있어 실제 현장 사정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상인 10명을 만나보았다. 그중 1명만 “작년보다 좀 낫다”고 말했다. 경동시장에서 대추와 밤을 파는 이세준(55) 사장은 “올해 밤·대추 질이 좋은 데다 값이 떨어져 많이 팔린 것 같다”고 했다. 밤의 경우 한 되에 3000원. 질 좋고 값 싸면 잘 팔린다는 경제원리는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9명은 달랐다. 같은 시장의 한성떡집 주인은 “옆 떡집을 보라”고 말했다. 우리만 안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송편 1㎏에 6000원. 남대문시장 서울상회 박대혁(67) 사장은 “송이 1㎏짜리 선물상자를 500g짜리로 나누어 팔고 있지만 좋지 않다”고 말했다. 나간 것도 20~30%는 반품돼 온다는 것이다. “공직자들이 선물을 거의 받지 않는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세상이 깨끗해져 좋다’는 뉘앙스는 아니었다.

재래시장에 비해 잘나간다던 백화점도 이번엔 선물세트와 추석 용품 매상이 IMF 이후 처음 감소했다는 자체 집계를 내놨다. 특히 “10만원대 이상 선물이 안 팔렸다”며 겉으론 울상을 짓고 있다.

정부·여당 쪽은 “사람들이 선물(뇌물)을 주고받지 않는다는 증거”라며 내심 “개혁이 성공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백화점이나 시장 상인들의 불평을 누르기 위해 “개혁엔 아픔이 따른다”는 소리도 이미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사실은 잘 모른다. 선물 매출은 줄었지만 주요 백화점의 상품권 매출액은 15% 정도 늘었다는 집계다. 이번 추석 때 상품권이 선물을 대체했으며, 결국 재래시장 상인만 또 죽어났다는 것은 그 동네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