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간의 기술격차가 3.8년으로 줄어들었다는 산업은행의 발표에 이어, 과학기술부가 99개 핵심기술의 한·중 기술격차가 2.1년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중국의 기술력 추격이 한국의 발 밑에까지 이르렀다는 경보이고, 이제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사실상 한국의 기술 우위가 먹혀들지 않는다는 긴급진단이다. 1~2년 후면 일부 핵심 분야에서 한·중 기술역전(逆轉)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는 예보(豫報)이기도 하다.
중국의 방대한 노동인력과 ‘규모의 경제’에 밀리고 있는 한국이 기술력의 우위마저 잃게 될 경우 벌어지게 될 시나리오에 대해 정부는 물론, 기업인과 노동자, 국민 전체가 눈을 떠야 한다. 우선 한국 수출의 30%(홍콩 포함)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한국상품이 밀려나고, 이어 세계시장에서 한국이 설 땅도 없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컴퓨터, 휴대폰, 선박, 철강 등 주력 수출상품들이 중국과 세계시장에서 쫓기기 시작했고, 한국의 자존심인 반도체와 자동차도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국의 롄상(聯想)·하이얼(海爾)에 밀려나고, 현대자동차가 상하이(上海)자동차에, 포항제철이 바오산(寶山)강철의 공세 앞에 무너진다고 생각해보라. 이렇게 되면 한국경제는 끝이다. 중국기업을 임금으로 이길 수 없고 규모의 경제로도 이길 수 없는데 기술력까지 밀리면 무슨 수로 살아남겠는가. 더구나 중국은 국내에 수천만 명의 기술인력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실리콘 밸리 등 세계 기술중심지에 첨단 두뇌(頭腦)의 강력한 기술 네트워크까지 갖추고 있다. 이런 중국의 힘에 맞서려면 대통령에서부터 공장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국민 모두가 위기의식으로 무장하는 정신적 일대 각성운동이 이 땅에서 벌어져야 한다.
기술력이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다. 선진국들은 갈수록 기술이전에 까다롭게 구는 등 기술장벽을 높이고 있고, 중국과 인도는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을 직접 받아 한국의 입지를 뒤흔들고 있다. 기술전쟁에서 패자로 주저앉을 경우 우리 자신의 운명은 물론이고, 우리 자식들의 운명까지 벼랑에 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