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숙씨

“한창 미래를 설계할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이 난치병으로 절망의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루푸스(lupus) 환자들을 돕기 위한 작품전을 여는 섬유예술가 신인숙(申仁淑·51) 한성대 예술대 교수는 소풍 전날 밤의 초등학생처럼 들뜬 표정이었다.

‘지평의 뜰’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작품 판매 대금 전액을 ‘루푸스를 이기는 사람들 협회’와 형편이 어려운 루푸스 환자들을 위해 기증하는 자선행사.

작품전을 위해 신 교수는 지난 여름 내내 무더위 속에서 천과 실을 물들이고 한 땀 한 땀 수를 놓으며 보냈다. 만만치 않은 미술관 대관료도 본인이 부담했다.

루푸스 환자들과 신 교수의 인연은 아주 우연한 것에서 시작됐다.

“몇 해 전 ‘루푸스를 이기는 사람들 협회’에서 제게 도움을 청하는 전화가 왔어요. 그때부터 1년에 얼마씩 환자들을 위해 기부를 해 오다가, 아무래도 작품전을 열어 도움을 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루푸스는 피부, 혈액 등 각 신체 기관과 조직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 면역 질환. 발병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남성보다 여성들에게서 10~15배나 많이 발병해 ‘여성의 병’이라고도 불리는 난치병이다.

신 교수 역시 어려서 뇌막염을 앓아 백치가 될 뻔했기에, 환자들 목소리가 남달리 가슴에 다가왔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젊은 날부터 환자나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다. 연세대 간호학과를 나온 뒤에도 장애인 행정 부문을 공부하기 위해 명지대 행정학과에 다시 학부생으로 입학해 졸업했다.

그리곤 우리나라 자수계의 선구자인 어머니 송영자(宋英子·72)씨의 영향으로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섬유예술을 전공하고 파리 응용미술학교를 거쳐 파리 7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런 경력을 살려 신촌 세브란스병원 환자들의 밝은 환경을 위한 컬러 리노베이션을 주도하기도 했던 그는 “아픈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재주를 가진 것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