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미 상원까지 만장일치로 통과한 북한인권법은 미국이 북한인권문제에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를 법률로써 명확히 보여준 사례이다. 북한인권문제가 최소한 미국 내에서는 외면할 수 없는 현안이 되어 있음을 상·하원의 만장일치 통과가 상징적으로 나타낸 셈이다.
◆주요 내용=법안은 3개의 장에 15개 조항으로 비교적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나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상세한 '사실관계'를 전문(前文) 형식으로 게재하고, 행정부의 필요조치들을 광범위하게 포괄하고 있다.
전문형식의 사실관계에서는 ▲북한의 정치범 공개처형 ▲강제수용소에서의 생화학 인체실험 ▲정치범 수용소에서의 신생아 살해 등 그동안 알려진 북한인권 탄압 사례들이 25개 항목에 걸쳐 열거돼 있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내용은 북한 인권향상을 위한 정부의 각종 프로그램과 북한 인권운동 단체, 개인들에 대한 지원조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5년부터 2008년 회계연도까지 매년 총 2400만달러 한도 내에서 자금지원을 행정부가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것이 실제 집행될 경우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자금문제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북 라디오 방송을 하루 12시간까지 늘리는 것이나 국무부 내 북한인권 담당 특사를 임명해 북한인권문제에 전반적으로 개입토록 한 것도 주목된다.
또한 식량 등 대북 인도적 지원에 있어서 ‘다른 나라들’도 직접적이고 양자적 전달보다는 감시되고 투명한 통로를 통해 하도록 미국이 권고해야 한다고 촉구한 대목(202조)은 한국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중국 정부에 대해 유엔고등난민판무관(UNHCR)의 탈북자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보장하도록 강력하게 촉구한 조항(304조)도 다른 나라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법안의 파장=향후 미국 및 국제사회의 압박이 점점 가중될 것이다. 특히 북한은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에다가 인권문제까지 겹친 채 국제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 법안을 '북한 전복법'이라며 북핵 6자회담 불응 이유로 내세워 온 북한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인권문제를 의도적으로 회피해 온 한국 정부의 입장도 관심이다.
법안은 거의 모든 조항이 ‘미 의회의 입장’이라는 행정부에 대한 권고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행정부에 대한 간접적 강제력도 상당한 게 사실이다. 매년 혹은 일정시한 내에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한 점은 사실상 미 행정부가 북한인권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
◆남은 절차=법안은 상원에서 일부 조항이 추가·수정됨으로써 하원을 다시 통과해야 한다. 만일 하원에서도 다시 수정되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조정되지만, 이미 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법률의 골자가 크게 변한 것이 없어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상원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내 하원에서 통과해 연내에 공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의 성격상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워싱턴=허용범특파원 he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