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그림자는 책상에 내려앉고/ 국화 향기가 나그네 옷에 가득하네/ 떨어진 나뭇잎도 힘을 내어/ 비바람 치는 뜰을 날아다니네’. 한시(漢詩) 권우 ‘가을날의 절구(秋日絶句)’다. 선조들은 가을날 정취를 읊을 때도 주위 사물에 담긴 생기를 불러내곤 했다. 만물은 모두 저마다의 운명을 지닌다. 인간만이 독존(獨存)한다는 생각은 유아(乳兒)나 하는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