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매력적인 드라마입니다. 여고시절 꿈꿨던 시인의 모습이 여기 있어서 좋았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문학의 광장이 있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지난 11일 첫 방송된 EBS 드라마 ‘명동백작’(매주 토·일요일 밤 11시)에 매니아층이 결집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1950년대 명동을 중심으로 활약하던 문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기획된 ‘문화사 시리즈’ 제1편.
극 초반 드라마는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국토를 배경으로, 하나 둘 ‘본거지’인 명동으로 돌아오는 이봉구·박인환·김수영 등 당시 문인들의 궤적을 좇고 있다. 지난 주말 방송에서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된 김수영이 아직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시청률 조사전문기관 닐슨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8일 방송분 시청률은 0.9%. 30~40%를 넘나드는 KBS·MBC·SBS 드라마들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하지만 ‘교육방송’이란 이미지가 강하게 고착된 EBS 채널 성격을 고려해보면 이런 비교는 의미가 없다. 이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세계의 명화’, ‘한국영화특선’ 등이 방영된 주말 밤 11시대 평균 시청률이 0.5%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2배 가까운 시청률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우선 이진우·차광수·박철호 등 베테랑 연기자들이 포진해 안정감을 갖춘 데다 HD카메라를 통해 만들어낸 갈색 톤 화면도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게다가 때때로 삽입되는 등장인물 본인 또는 관계자들의 인터뷰와 시대상황을 보여주는 각종 자료화면이 신빙성을 높여준다. 그러나 가장 큰 인기비결은 학창시절 작품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상상 속 문인들이 TV 화면 속에서 시대의 고민을 끌어안고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진득한 감동이다.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구체적인 시청자들의 느낌을 만날 수 있다. 온통 칭찬 일색. ‘sweetminn’이라는 ID의 시청자는 “문인들의 친분관계나 당시 상황들을 정말 실감나게 잘 그려주고 있다”며 “전혜린, 박인환, 김수영, 서정주 시인 등은 정말 제가 생각하던 그대로”라고 말했다. ‘joku02’라는 ID의 시청자는 “50년대 그때 우리의 현실을, 문화 1번지라는 명동을 통해 보여주려는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창용PD는 “대중적 반응이 좀더 있었으면 좋겠지만 매니아층이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어 힘이 난다”며 “꾸준히 원래 기획의도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