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기를 안은 한 젊은 주부가 신문사로 찾아왔다. 그분은 경제부 기자를 만나자마자 눈물부터 글썽였다. 그분의 사연은 이렇다. 서울 중계동의 24평짜리 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는데, 7년간을 안 쓰고 심지어 출산까지 미뤄가며 저축한 돈으로 경기도 용인 죽전에서 아파트(30평)를 분양 받았다. 중도금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고 있지만 내 집 마련 꿈에 힘든 줄도 몰랐다. 그녀는 집을 어떻게 예쁘게 꾸밀까 하는 꿈에 부풀어 상상 속에서도 몇 번씩 집을 지었다 허물곤 했다.
하지만 그녀의 꿈은 ‘역(逆)전세난’에 산산조각이 났다. 7월 초 입주를 앞두고 6월부터 집을 내놓았지만 지금껏 전세가 나갈 기미가 없다. 집주인에게 통사정해서 전세금을 1000만원 낮춰서 내놓았지만 마찬가지다. 전세금을 받아 대출금을 갚고 새 집 취득·등록세를 내려고 했는데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됐다. 대출 잔금에 눈덩이처럼 붙는 연체 이자를 갚기에는 남편 월급(150만원)이 너무 부족했다. 마지막으로 집주인에게 내용증명 편지를 보내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주부로서 너무 힘들고 괴롭다고 하소연했다.
신문사로 걸려오는 전화 중에는 이보다 더 딱한 사연도 많다. 한 장애인은 살고 있는 집의 보증금이 빠지지 않아 임대주택 입주권을 포기했다고 하소연했다.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함께 얼어붙는 듯한 고통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도 한둘이 아니다. 이삿짐 센터, 인테리어 업자, 청소업자, 부동산 중개업자, 도배업자, 가전제품 대리점, 가구업자를 가릴 것 없이 모두 못살겠다며 괴로워한다. 사람들이 이사를 해야 새 가전제품을 장만하고, 가구도 바꾸고, 도배도 새로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지난 4월 주택거래신고제가 실시된 서울 강남·강동·송파·용산, 경기도 분당·과천 지역의 4개월간 주택거래 건수는 976건. 지난 3월 한 달간의 강남 거래건수(1454건)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돈 많은 부자들은 집이 안 팔리거나 전세가 안 빠져도 큰 고통이 없지만 서민은 다르다. 전세금이나 조그만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 이들은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 느끼는 고통이 훨씬 심하다.
정부가 집중적으로 부동산 가격 규제 대책을 내놓은 이후에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한번 들여다보자. 지난 주말과 지난해 10월의 아파트 가격을 비교해보면, 서민들이 사는 소형평수 아파트 가격은 폭락하고, 부자들이 사는 대형평수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 20평형 이하 아파트의 경우 5.48%가 떨어진 반면, 55평형 이상은 5.56%가 올랐다. 서민들이 주로 사는 다세대주택의 하락폭은 훨씬 컸다. 물론 전세금이 떨어지면서 전세 입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아파트 전세금이 나중에 얼마나 폭등할지 몰라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부동산 규제책이 아파트 가격을 잡는 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노동자나 자영업자, 서민에게까지 고통을 준다면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암호문같이 복잡한 부동산 규제책을 정리해서 부동산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바로잡아야 한다. 특정 계층을 겨냥한 징벌적인 부동산 제도로는 더 큰 부작용만 양산할 뿐이다.
(김영수 경제부 차장대우 yskim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