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탓하고 돌아서기엔 너무나 아쉬웠다. 지난 10~12일 경기도 가평 자라섬에서 열린 ‘제1회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은 쏟아지는 폭우로 이틀째 공연이 전면 취소되고 사흘째엔 무대 두 개 중 메인 무대만 가동한 우울한 축제가 됐다. 99년 한국 록 팬들의 얼굴을 빗물과 눈물로 적셨던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이 고스란히 재현되는 것 같았다.
11일 낮 가평에 가까워질수록 빗줄기는 거세졌다. 오후 3시쯤엔 와이퍼의 속도를 최고로 올려도 앞이 잘 안 보였다. 결국 서울을 비롯한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물웅덩이를 피해 되돌아가야 했다.
축제 인터넷 게시판은 주최측을 비난하는 글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어떻게 비 오는 날을 골랐느냐”, “비에 철저히 대비했어야 했다”, “도로 포장이 안 돼 있어 진흙탕이었다”, 심지어 “정신적 보상을 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이번 축제 일정은 작년 12월 결정됐다. 좋은 아티스트를 섭외하느라 외국의 재즈 축제가 몰리는 한여름을 피했다. 무대에 지붕이 없는 게 흠이었으나, 그 정도 폭우라면 지붕으로도 막지 못한다. 세계 어떤 야외 축제도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된다. 지난 7월 말 일본의 후지록 페스티벌 때도 비가 간간이 내려, 다들 흙탕에서 공연을 보고 밥을 먹었다.
자라섬은 기대보다 훨씬 훌륭했다. 공연장과 산책로는 잘 닦여 있었고, 갈대밭 대신 여름 내 심은 해바라기들이 빼곡했다. 이 섬이 원래 황무지였던 걸 생각하면, 가평군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것 같았다. 다만 온갖 종류의 술과 안주가 넘쳐나는 간이식당, 협소한 백스테이지 등은 재고돼야 할 것 같다. 이 행사는 음악 축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불운의 축제에서 누군가 정신적 보상을 받아야 한다면, 허탕 친 관객들보다 수년간 이 축제를 준비해 온 가평군민과 660명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한현우기자)